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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올해는 간단하게 차려요" 가족들 모여 전 부치는 풍경 사라지나?

  • 경제 | 2022-09-09 00:00

추석 상차림, 고물가 부담감 작용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추석 명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선화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추석 명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추석 명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 추석 상차림 비용이 대폭 늘어나면서 실속 중시 트렌드에 맞춰 조리가 편한 가정 간편식(HMR)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고물가가 지속하는 가운데 그동안 비대면 명절을 보냈던 소비자들이 추석 상차림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 명절 '간소화' 트렌드에 가정 간편식 제품 매출↑

식품업계에서는 명절 음식 간소화와 실속 트렌드에 맞춘 간편식 제품의 매출이 늘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명절 간편식 제품의 8월 매출은 7월 대비 2.4배 늘었다. 해당 제품 중 비비고 동그랑땡 매출이 전달 대비 3.5배 이상 증가했고, 바싹불고기(50%), 남도떡갈비(40%)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신세계푸드도 추석 연휴를 앞둔 1일부터 6일까지 가정간편식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늘어났다. 아워홈 역시 8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의 가정간편식 제품 매출이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8% 성장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실속 중시 트렌드에 맞춰 가정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트렌드 변화에 따른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지난 6월과 7월 두 달 연속 6%대로 치솟은 이후 다시 5%대 후반으로 내려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낮아진 뒤 2월에 3.7%,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 6월에 6.0%를 기록했으며, 7월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6.3%를 기록했다.

소비자의 추석 음식 간소화 트렌드는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인쿠르트가 회원 1030명을 대상으로 추석 음식 마련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2%는 간소화해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17.4%는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추석 음식을 간소화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이유로 '최근 치솟고 있는 물가에 대한 부담이 포함됐냐'는 질문에 85.8%가 '그렇다'고 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7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례 관련 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해야 할 점으로 10명 중 4명(40.7%)이 간소화를 꼽았으며, 차례 비용으로 가장 적정한 비용에 대해서는 10만 원대가 전체의 37.1%를 차지했다. 이어 20만 원대(27.9%), 10만 원 미만대(16.0%) 등의 순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5일 간소하게 차린 차례상이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 만큼, 차례 음식의 가짓수를 약 9가지로 줄이겠다는 내용의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더팩트 DB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5일 간소하게 차린 차례상이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 만큼, 차례 음식의 가짓수를 약 9가지로 줄이겠다는 내용의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더팩트 DB

성균관도 차례상 간소화 독려…"경제적 부담 줄이고 남녀갈등·세대갈등 해결"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5일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간소하게 차린 차례상이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 만큼, 차례 음식의 가짓수를 약 9가지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추석 차례상의 기본은 송편·나물·구이·김치·과일·술이며,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생선·떡을 놓을 수 있다.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세대갈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차례나 제사를 후손들이 지내지 않는 것보다는 간소화하게라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석 상차림 간소화 트렌드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코로나19 상황 속 비대면 명절을 보냈던 소비자들이 상차림을 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집안에 어른들이 차례상 간소화에 동의해 좋은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2~3년 동안 명절 음식을 하지 않다가 다시 하려니 소비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좋은 전통은 계속 계승되는 게 바람직하니까 성균관에서도 상차림을 간소하게 하라는 발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생활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고 배달시키는 소비자가 늘면서 추석 상차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좋은 전통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집안에 어른들이 차례상 간소화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명절이라는 특수성까지 겹쳐 물가가 많이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소비자들은 차례상을 간소화 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의무감과 책임감에서 조금 가벼워질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앞으로 제사 문화를 서비스해주는 곳에 일괄적으로 맡긴다거나 (기존 차례상 음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제들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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