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계열사 139 → 134곳으로 축소…"신사업 위주 편입은 유지"
[더팩트|최문정 기자]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카카오가 몸집 줄이기 작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계열사 줄이기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과 관련해 노조의 반발이 심화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이하 카카오 CAC)는 카카오모빌리티 주주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노사가 혁신·성장·동반·공유라는 4개의 아젠다를 기초로 사회와의 지속 성장 의지를 존중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카카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약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업계의 시선은 이와 같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매각 철회 결정이 카카오의 '몸집 줄이기'에 미칠 영향에 쏠리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올해 계열사 숫자를 약 100여 개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마주한 데 따른 것이다.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연말 기준 지금보다는 30~40개 계열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사업 시너지를 위해 계열사 통폐합, 흡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김 의장은 "비욘드코리아(글로벌 사업계획), 비욘드모바일(신사업 발굴)에 부합하는 회사라면 성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것은 계열사의 자율적 판단으로 이뤄지지만, CAC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운영이 비효율적이고, 골목상권을 침해하거나 카카오의 핵심사업에 벗어난 계열사들은 계속 정리해나가고 있다"라며 계열사 정리 방향을 공유했다.
당시 카카오의 계열사 숫자는 총 139곳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34곳이다. 4개월 간 5곳 줄이기에 그친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16일 발행한 '기업집단 설명서'에서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다음글로벌홀딩스 등 7개 계열사의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계열사가 모두 정리된다고 하더라도 127곳에 달한다.
카카오 계열사 정리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는 파트너사와 투자자 등의 이해관계자와 노조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의 경우, 노조와 택시업계, 대리운전업계 등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사업 철수를 예고한 미용실 예약사업인 '카카오헤어샵'은 투자자들이 매각 반대에 나섰다. 카카오헤어샵 운영사 와이어트 투자자들은 지난 1일 카카오에 "투자금 상환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기자간담회를 해서라도 억울함을 호소하겠다"고 예고했다.
더욱이 올해 카카오가 '비욘드 코리아'와 '비욘드 모바일' 등 신규 성장 엔진 마련을 선언한 만큼, 이와 관련된 계열사 편입도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에 올해 상반기 신규 편입된 계열사는 총 18개다. 신규 법인인 카카오헬스케어와 서울아레나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엔터테인먼트나 모빌리티 등 주요 사업 영향력 강화를 위한 편입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골목상권과 관련된 내수 사업 줄이기 작업을 지속하되, 핵심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파트너사 인수·합병 등은 지속해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기업집단설명서 등을 발행하며 경영활동과 미래전략을 담은 계열 구조를 밝히며 사회와의 소통을 이어간다.
카카오 관계자는 "실제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경우, 회사의 해외 매출에 상당 부분 기여를 하는 핵심 사업인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계열사 편입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앞서 약속한 계열회사 줄이기 작업 역시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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