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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혁 사업 잇단 철수, 서경선 부정청탁 재판…대명소노 2세 암울

  • 경제 | 2022-08-26 00:00

오너 2세 사법리스크와 사업 실패, 박춘희 회장 고민 커질 듯

'대명소노그룹 2세인 장녀 서경선 대표이사의 사법리스크와 장남 서준혁 부회장의 잇단 사업 실패 등으로 박춘희 회장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명리조트 청송' 개장식에서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회장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대명소노그룹 2세인 장녀 서경선 대표이사의 사법리스크와 장남 서준혁 부회장의 잇단 사업 실패 등으로 박춘희 회장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명리조트 청송' 개장식에서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회장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호텔·리조트 전문기업인 대명소노그룹(옛 대명그룹)의 2세 경영이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회장의 1남 2녀 중 장녀 서경선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는 부정청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장남 서준혁 부회장은 참여하는 사업마다 어려움을 겪어 경영 능력에 부정적 시각이 남아있다. 대명소노그룹 2세들의 사법리스크와 사업 실패 등으로 박춘희 회장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서경선 대표이사, 공들이던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 물 건너가나

서경선 대표이사는 최근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서경선 대표이사 등이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추진에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은 것으로 보고 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최후진술에서 서 대표이사는 생활고를 겪고 있던 마을이장 정 씨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며 재판부는 다음달 21일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58만㎡ 부지에 사자와 호랑이, 곰, 기린, 꽃사슴, 엘크 등 26종 500여 마리를 풀어놓고 관람하는 실내외 공간과 체험시설, 글램핑장, 호텔 78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서경선 대표이사는 대명소노그룹 창업주인 고(故) 서홍송 회장의 맏딸이며 서준혁 부회장은 그의 남동생이다. 서경선 대표이사는 미국 컬럼비아대 부동산개발학 석사 출신이다. 학업을 마치고 대명레저산업(현 소노호텔앤리조트)에 입사해 △경영전략팀 차장 △마케팅본부장 △부사장을 지냈다. 서경선 대표이사는 대명소노그룹의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도 포진했다. 지주회사 ㈜대명소노 등기임원(2012년 7월~2018년 7월)을 비롯해 2010년 11월 대명소노그룹이 대명코퍼레이션을 인수한 후에는 서준혁 부회장과 함께 이사진(2012년 3월~2018년 10월)에 이름을 올렸다.

서경선 대표이사는 2018년 10월 소노호텔앤리조트가 강원도 홍천 테마파크와 골프장을 물적분할해 대명티피앤이를 설립한 뒤에는 2019년 3월까지 대표를 맡기도 했다. 장남인 서준혁 부회장이 자타공인 후계자로 거론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서경선 대표이사 또한 그룹 내에서 넓은 경영보폭을 보이고 있다.

서경선 대표이사가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면서 그룹과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서경선 대표이사는 2019년 2월 자본금 1억 원으로 종합휴양지 경영컨설팅 업체 서앤파트너스를 차린 뒤 소노호텔앤리조트 소유의 제주동물테마파크 법인 지분 100%를 인수했다. 서경선 대표이사는 현재 두 계열의 대표를 맡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기한이 올해 말 종료돼 기간 연장을 위한 관광개발사업 변경 심의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2020년 11월, 서 대표이사가 대명소노그룹의 특수 관계인인 것은 맞지만 해당 사업은 서 대표이사 개인의 의지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검찰이 지난달 배임증재 혐의를 받는 서경선 대표이사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하면서 해당 사업이 중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노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관련해서 소노인터내셔널에서는 지분을 1%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제주동물테마파크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번호로 연락했으나 현재 없는 번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전문가들은 현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시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기업인들의 경영 능력과 별개로 부정청탁 등의 위법 행위에 대해 더욱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ESG가 언급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불법행위나 조그만 실수에도 이전보다 더 큰 패널티를 받게 되는 분위기"라며 "과거에는 눈감아주던 관행들도 더 엄격한 잣대로 봐야하고 단순한 사업 자질 부족 문제와 윤리적으로 위법 행위를 한 것은 별개로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자 아이스하키단 '대명킬러웨일즈' 창단식에서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회장의 장남 서준혁 부회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남자 아이스하키단 '대명킬러웨일즈' 창단식에서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회장의 장남 서준혁 부회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서준혁 부회장, 외식사업 부문 잇따른 실패…사업 구조 개편 나서

2001년 고 서홍송 회장이 작고한 이후 그룹 경영은 모친인 박춘희 회장과 전문경영인들이 맡아왔다. 박춘희 회장과 서준혁 부회장, 첫째 딸 서경선 대표이사와 둘째 딸 서지영 씨에게 지분이 상속되는 상황이 왔으나 당시 박춘희 회장은 미성년자였던 두 딸의 상속권 포기절차를 대신 밟았다. 이로 인해 두 딸이 포기한 대명콘도 주식은 박춘희 회장과 서준혁 부회장이 각각 37.7%, 36.4%씩 나눠 가졌다. 둘째 딸 서지영 씨는 성년이 된 이후 모친 박춘희 회장의 상속권 포기 대리 과정을 문제 삼으며 상속재산 분할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5일 만에 소송을 취하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을 졸업한 서준혁 부회장은 부친 타계 후 박춘희 회장 아래서 후계 수업을 받았으며, 2007년 대명레저산업(현 대명호텔앤리조트) 신사업본부장을 맡으며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하지만 서준혁 부회장은 외식사업 부문 등에 실패를 거듭하며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이 따라다니고 있다. 서준혁 부회장은 2009년 외식사업부를 출범시켜 대명코퍼레이션을 통해 강남과 목동 등에 잇달아 '베거백' 매장을 오픈했지만 매출 부진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또 서준혁 부회장은 2013년 대명코퍼레이션이 운영하던 외식사업부와 항공투어몰 사업부를 자신이 최대 주주인 대명스테이션에 매각했다. 이후 치킨과 어묵탕 등을 주 메뉴로 하는 '스토리런즈'와 고깃집 '미스터탄둘'을 오픈했지만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이후 서준혁 부회장은 2014년 외식사업부를 매각하고 신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에 대해 소노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서 부회장의 신사업에는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서준혁 부회장은 최근 사업구조 개편과 '펫호텔' 등을 시도하며 경영 능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펫호텔 수출과 관련해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8월 스웨덴 현지 업체와 하이코스트 지역에 반려동물 호텔과 레저 콘텐츠 위탁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지주사 역할을 하는 소노인터내셔널은 최근 스웨덴과 독일 내 호텔 앤 리조트 사업을 총괄할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호텔과 레저 시설을 직접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000억 원을 기록하며 2020년에 이어 '매출 1조 클럽' 입성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도 300억 원으로 2020년 500억 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에 대명소노그룹은 전 직원에게 성과급 150억 원을 지급하고, 최대 15% 수준으로 연봉 인상을 단행했다. 지주사격인 소노인터내셔널도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93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14억2600만 원으로 321억 원 적자(2020년)에서 흑자 전환했다.

한편, 대명소노그룹은 1979년 대명건설을 모태로 출발해 대명레저산업을 설립하며 국내 리조트 업계 선두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졌다. 현재 대명소노그룹은 리조트 사업과 더불어 외식과 유통, 항공, 문화, 상조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국내외에 2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19년 9월 이탈리아어로 이상향을 뜻하는 '소노'로 그룹명을 바꿨다. 주력사는 소노인터내셔널로 △호텔&리조트 △펫클럽&리조트 △건설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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