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규제 두고 시끌…어차피 소비자 선택은 '온라인'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서재근 기자]
◆ 이달부터 생애 최초 LTV 80% 상승에도…2030은 '한숨'만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이달부터 가계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됐죠.
-네, 그렇습니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 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주택 소재 지역이나 가격에 상관없이 일률로 80%까지 확대됐습니다. 대출 한도도 기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군요. LTV, 대출을 알아볼 때 많이 듣는 용어지만 생소하죠. 간략히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LTV는 고객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규제입니다. 자산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 가능 한도를 의미합니다. 그동안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LTV 상한을 주택 가격별로 60~70%를 적용했는데 이를 80%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그렇군요. 이번 가계대출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좀 트일까요?
-시장은 가계대출 수요 증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의 대출 잔액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의미하죠. 현재 DSR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죠?
-지난달부터 차주별 DSR 40%가 1억 원 초과 대출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고액 연봉자들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났지만, 저연봉자들은 LTV 완화 전이나 후나 대출가능금액이 그대로일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네, 또한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도 고충으로 꼽힙니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44~5.63%까지 상승했는데요. 연 금리 5%, 만기 40년 조건으로 6억 원을 대출받을 경우 월 상환액은 289만 원에 이릅니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은 더욱 불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LTV 80% 확대로 약간의 숨통은 트일 수 있지만 규제 완화 혜택을 체감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네요.
◆ 모두가 실망한 '대형마트 규제' 논의 과정…"그래서, 결론이 뭔데?"
-유통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한 주간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대형마트 규제 완화'였는데요. 대통령실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찬반 투표로 시작해서 최근 출범한 민간 주도의 규제심판부에서도 첫 안건으로 대형마트 규제 내용을 다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펼쳐온 '친기업 정책'의 하나입니다.
-10년 전 제정된 대형마트 규제가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겠죠.
-네, 맞습니다. 지난 2012년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가 시작됐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에 따르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을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합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모두 찾는 공통 고객이 있고, 대형마트의 영업은 지역상인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더 이상 대형마트의 영업과 지역상인 생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인데요, 일각에서는 대형마트가 문 닫는다고 시장에 가는 게 아니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전통시장에 타격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대형마트에 어떤 규제가 적용되고 있나요.
-현재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업을 하고,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도 금지됩니다. 휴업일에는 오프라인 점포의 물류·배송기지에서 온라인몰 연계 배송하는 행위도 금지됩니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며 문제도 발생했지요.
-대통령실이 한 10개 투표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대형마트 격주 의무휴업 규정을 폐지하고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 안건은 최다 득표(좋아요 57만7415개)로 국민제안 투표 1위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실은 투표를 시작할 당시 국민 관심이 높은 3건을 추려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해 대형마트 규제 완화 가능성이 컸는데, 투표가 끝난 직후 '어뷰징(중복 전송)'을 문제 삼으며 상위 3건을 별도도 선정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이에 업계, 소비자, 상인들 모두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 관련 기사에는 "50만 명 넘게 참여시켜놓고 없는 일로 하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 "대형마트 휴업한다고 시장 안 간다. 온라인에서 사지", "그래도 결국엔 규제 완화해야", "이런 식으로 투표를 끝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들과 경쟁하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플랫폼은 유통시장에 뛰어들며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업체들은 침체기에 빠졌다. 새벽배송도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이라도 규제가 완화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국민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정책을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제도를 없애기 전에 소상공인을 위한 보완책 발표가 먼저"라고 불만을 표시했죠.
-소상공인의 반발이 심해지는 만큼 대형마트 규제 완화 여부를 당장 결론 내기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오늘내일에 당장 개선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 만큼 업계와 소상공인간 합의점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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