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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벨 상품 늘리고 싶은데 '의무표시'는 어디에…고민 깊은 유통업계

  • 경제 | 2022-08-03 00:00

유통업체 "완전한 무라벨 제품 생산 아직은 불가능"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무라벨 생수가 판매되고 있다. /문수연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무라벨 생수가 판매되고 있다. /문수연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을 돕는 무라벨 제품이 늘고 있다. 친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무라벨 제품도 '제품 의무표시 사항 표기'를 지켜야하기 때문에 낱개 음료에는 100% 무라벨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업체들은 무라벨 제품에 병뚜껑에만 라벨을 씌우거나 묶음 포장재에 정보를 표기하는 등의 대안을 찾고 있지만 완전한 무라벨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수·탄산음료, 무라벨 포장으로 교체하는 기업들…"ESG 경영 강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그룹은 지난해 편의점 업계 최초로 PB 생수를 무라벨 포장으로 전면 교체하고, PB스낵 포장재의 잉크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BGF그룹에 따르면 환경 친화적 패키징을 통해 지난해 감축한 플라스틱 양은 1400여 톤에 이른다. BGF그룹의 ESG경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건준 BGF리테일 사장은 "BGF그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미래 성장을 위한 로드맵이자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수시장 점유율 1위인 제주삼다수는 지난 6월 무라벨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재생 페트 사용, 바이오 페트 개발 연구 등 2030년까지 플라스틱 50% 절감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구축했다. 생수시장 2위인 롯데칠성음료는 2020년 1월 무라벨 생수를 처음 출시했다. 현재 자사 '아이시스' 제품뿐 아니라 다른 판매처의 PB(자체 브랜드) 생수에도 자사 무라벨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다. 생수시장 3위 농심은 지난해 5월부터 무라벨 백산 백산수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도 생수 페트병의 무게를 약 20% 줄이는 등 ESG 경영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코카콜라는 지난해 1월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씨그램 무라벨 제품을 선보였다. 최수정 코카콜라 대표는 "코카콜라사는 환경부와의 자발적인 협약을 통해 생활 속 폐기물을 감량하고 사회 전반에 자원 재활용 용이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 확대를 통해 페트병이 올바르게 재활용되는 자원순환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라벨 제품은 재활용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페트병 용기에 비닐 라벨을 제거한 형태의 제품을 뜻한다. 라벨을 뜯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분리배출이 편하며, 라벨 비닐로 인한 폐기물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무라벨 제품은 재활용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페트병 용기에 비닐 라벨을 제거한 형태의 제품을 뜻한다. 라벨을 뜯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분리배출이 편하며, 라벨 비닐로 인한 폐기물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문수연 기자
무라벨 제품은 재활용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페트병 용기에 비닐 라벨을 제거한 형태의 제품을 뜻한다. 라벨을 뜯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분리배출이 편하며, 라벨 비닐로 인한 폐기물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문수연 기자

유업계도 무라벨 열풍…아이들 먹는 유제품에도 적용

유업계에서도 무라벨 출시를 통한 친환경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해 6월 비닐 라벨을 제거한 신제품 '바리스타룰스 그란데 무라벨 아메리카노'를 출시했다. 이는 매일유업의 무라벨 제품 출시 첫 사례로, 회사 측은 이번 무라벨 제품을 통해 매년 30년생 소나무 2000그루를 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풀무원다논은 지난 3월 '떠먹는 아이러브요거트 16입 2종에 무라벨 포장을 적용해 출시했다. 앞서 풀무원다논은 지난해 6월 '풀무원다논 그릭'을 발효유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저감 목적인 무라벨 제품으로 전격 전환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5월 마시는 발효유 제품을 무라벨로 출시했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번 제품은 창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급식으로 먹고 있던 해당 제품을 분리수거가 용이하도록 기업에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 이에 응답해 묶음 판매 제품들을 무라벨로 출시했다.

유업계에서도 무라벨 출시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유업(왼쪽)과 남양유업이 출시한 무라벨 제품. /매일유업·남양유업 제공
유업계에서도 무라벨 출시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유업(왼쪽)과 남양유업이 출시한 무라벨 제품. /매일유업·남양유업 제공

MZ세대, '무라벨 페트병' 파급효과 크다고 생각…기업 "완전한 무라벨은 아직"

유통업계에서는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처럼 출시하는 제품에 무라벨 용기를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새로운 소비주체인 MZ세대는 제품을 선택할 때 기업의 ESG경영 실천여부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최근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들은 친환경 제품 중 가장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되는 품목으로 '무라벨 페트병'(41.1%)을 꼽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ESG를 실천하는 착한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ESG 우수 기업제품 구매 시 경쟁사 동일제품 대비 얼마나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인 70%가 2.5~7.5%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다만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생수와 발효유 등 음료제품에는 제품 정보(제조사·용량·영양정보 등)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하는 규정이 있다. 또한 규정상 음료는 제품정보를 표기해야 오프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이에 기업들은 무라벨 생수지만 묶음 형태로, 묶음 포장재에 관련 정보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소용량 낱개 상품 역시 소형 라벨로 정보를 표기하고 있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QR코드로 식품 표시를 제공하는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업계 의견을 반영해 검토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무라벨 제품에 병뚜껑에만 라벨을 씌우거나 묶음 포장재에 정보를 표기하는 등의 대안을 찾고 있지만 완전한 무라벨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유업체는 무라벨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식품법적표시사항 등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해 일명 '칼선'이라 불리는 이열 절취선을 용기에 적용했다.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어린이 요구르트 제품 용기를 둘러싼 비닐을 누구나 쉽게 뜯을 수 있게 만들었다.

유업체 관계자는 "무라벨인 경우 발효유 뚜껑부분에 정보를 다 기입해넣거나 몸체에 각인으로 넣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 하다"며 "무라벨 제품은 묶음으로만 판매하고 묶음 포장재에 정보를 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료업체 관계자도 "무라벨 생수를 낱개로 판매하고 있으나 필수표기사항을 병뚜껑에 라벨을 씌워서 표기하고 있다"며 "현재 500ml 제품으로 낱개 판매를 하고 있고 그 이상의 대용량은 낱개 수요가 적어 묶음으로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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