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문 민생안정방안 논란…안심전환대출 추가 출자까지 가세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내년에 40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출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출자들의 부담을 보다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상당수 국민은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대출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 "안심전환대출 안정적 공급"…내년 4000억 원 더 쓴다
2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안심전환대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내년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총 4000억 원 이상을 추가 출자해 가계부채 구조개선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109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1200억 원을 출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내적으로는 금융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고,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금융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14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며 "높아진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45조 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해 서민·청년층 주거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저금리 전환대출(8조5000억 원)과 새출발기금(30조 원) 등을 통해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금융애로를 덜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변동금리 비중 축소를 공언했다. 그는 "내년까지 예정된 안심전환대출이 차질 없이 공급되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78% 수준에서 73% 아래로(5월 기준 77.7→72.7%) 최대 5%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주택금융공사가 향후 안심전환대출 재원 조달을 위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할 때에도 채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지 않도록 다각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은 발권력까지 동원?…다시 불거지는 '남용' 논란
이날 회의는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금융부문 민생안정,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계층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오는 26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한·미 금리 역전 등 금융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인 셈이다. 지난 11일 취임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비롯한 경제·금융 수장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댔다.
회의에서 추 부총리는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려라는 중첩된 불확실성 속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으며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공개회의체뿐만 아니라 비공개적으로도 수시로 만나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경각심을 갖고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 금리 상승 등에 따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적의 정책조합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나온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추가 출자안을 두고 비판의 시각을 보이는 이들이 다수다. 정부 재정에 국한하지 않고 한은의 발권력을 이용하면서까지 대출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다. 지난 2015년 한은 안신전환대출 자금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에 2000억 원을 출자했을 때도 비판이 일었던 바 있다. 전 세계적인 긴축 상황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동참한 한은이 추가 출자를 한다는 건 엇박자라는 평도 있다.
◆ 청년특례 채무조정 '역차별' 비판 쇄도…"탕감 받아야 1류"
정부의 빚 탕감 정책은 이미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4일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안심전환대출 45조 원을 비롯한 '125조 원+α' 규모의 민생안정방안이 발표됐을 때부터 논란은 심상치 않았다. 당시에는 신설된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가 특히나 비판의 중심에 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 내서 투자)한 가상자산 투자자까지 구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세금으로 빚을 탕감해준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는 주식·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실패를 겪은 청년층이 신속하게 회생·재기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신청 자격에 미달하더라도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며, 신용회복위원회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최대 4만8000명의 청년들이 1인당 연간 141만~263만 원 가량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즉각 국민들 사이에서는 "누군 몰라서 대출 땡겨서 투자 안 했냐"는 식의 지적이 불거졌다. 김주현 위원장이 "청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로 사업이 안 될 수도 있고 가정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수도 있고, 투자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원래 예정된 대로 채무를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달라"고 호소하자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진 상태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빚 탕감 제도를 두고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열심히 일해서 빚 갚는 사람은 3류, 빚 안 갚는 사람은 2류, 한탕 크게 하고 빚 탕감받는 사람은 1류", "정부가 나서서 빚 갚지 말라고 신호 주는 좋은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바보가 대출을 갚니?"라는 식의 '웃픈'(웃기고 슬픈) 조롱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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