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거래 대금‧대차 잔고 고공행진
[더팩트|윤정원 기자] 주식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매도 거래 대금이 치솟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가 증시 안정화를 위해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작년 5월 공매도 부분재개…"다시 멈춰야"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일평균 공매도 거래 대금은 50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4778억 원)과 비교하면 5.25% 늘어난 규모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 잔고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공매도 대차 잔고는 19억1478주로, 올해 초와 비교하면 8.38% 증가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높은 가격에 먼저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수익을 내는 매매기법이다. 매수 후 매도가 이뤄지는 일반적인 투자와 반대로 공매도는 매도가 매수 이전에 진행된다. 주가가 현재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일단 비싼값에 팔고, 싼값에 구해 되갚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하락장에서 낙폭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익을 얻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는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고, 이것이 과도한 투매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도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한 2020년 3월부터 전체 상장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다. 작년 5월이 돼서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전면 금지 요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주식투자자 5만1000여 명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카페에는 현재 "불합리한 공매도 때문에 지금 외인들은 신이 났다. 공매도 때문에 계속 주가가 반의 반토막나 모두 죽어나가겠다. 공매도를 한시적으로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식의 토로가 빗발친다. "공매도 금지 조치를 계속해 요구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에 대한 항의·건의 전화를 독려하는 목소리도 다수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거래 대금과 대차 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증시에 위험 요소가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전부터 공매도 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이 공매도에 접근하는 허들을 높였다면, 지금과 같은 과도한 하락폭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얼마 못가 코스피지수가 2300선마저 내준다면 금융당국은 즉시 공매도를 일시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투연은 이번 주 중으로 금융위 앞에서 공매도 개혁을 위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공매도 논쟁을 기회로…이재명·박용진 민심 몰이
금융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주가 약세 때문에 공매도를 제한하거나 폐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금융위에서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시행한 공매도 한시적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공매도 전면재개를 검토하는 입장에서 다시금 공매도에 손을 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공매도 논쟁을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로 개인 투자자들이 숨 쉴 공간이라도 열고, 유류세 한시적 중단으로 급한 불끄기부터 해보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개인 투자자들이 열망하는 공매도 금지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은 이에 질세라 27일 공매도와 관련한 의견을 표출했다. 다만, 박 의원은 공매도 폐지보다는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개미 투자자들의 숙원이던 공매도 전산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며 "증권사의 불법공매도에 대한 금감원의 대책도 나온 상황이다. 주가가 이미 가파르게 폭락한 상황에서, 가격 거품 발생을 방지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유지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목을 죄는 불법 공매도를 최소화해야지,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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