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배달비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심리적 저항감 생겨"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배달플랫폼 시장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이 사용자 수가 급격히 줄면서 위기에 빠졌다. '거리깎기', '우리가게클릭' 등 논란으로 자영업자와 라이더에게 미운털이 박힌데 이어 배달감소까지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비싼 배달비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감이 소비에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 배달 기사 "자체 거리 측정 시스템 오차 커" vs 배민 측 "그때그때 차이일 뿐"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은 14일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의민족 실거리 요금제는 사기, 배달의민족 고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의민족 배달 100건을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 기준과 실제 거리간 차이가 발생했다"며 "고용노동부의 배달의민족 알고리즘 검증 위원회 구성, 국회에서 건당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안전배달료 도입 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2021년 노사 합의에 따라 기존 직선거리 요금제를 내비게이션 실거리 방식으로 바꾸면서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입 당시 배달 기사들은 제도 시행으로 이전에 반영하지 못했던 실제 운행 거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이 일반 내비게이션과 오차가 크게 나타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배달 기사들은 프로그램 도입 이후 배달비를 손해 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5월 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지부도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노조에 따르면 수집한 콜의 80% 이상이 실제 이동 거리보다 짧게 측정됐다. 배달 콜 한 건으로 봤을 때는 100~200원 정도 배달료를 적게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연간 100만 원 이상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내비게이션 종류나 경로 설정 조건에 따라 저희가 제시하는 예상 이동 거리보다 짧게 나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로 기존 내비게이션보다 길게 측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정보까지 반영되다 보니 그때그때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 자영업자 "고객 배달비까지 매출로 정산" vs 배민 "직접 설정한 배달팁만 잡혀"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자영업자들도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비가 가게 매출로 잡히고 있다는 점과 새로 도입한 광고 서비스가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연대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이 지난 3월 개편한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 요금제가 고객이 내는 배달비까지 입점업체 매출로 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만 원짜리 치킨을 주문받을 경우 고객이 배달 팁으로 내는 3000원까지 매출로 잡혀 2만3000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이 실제 매출보다 부풀려지면 간이과세자가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 매출 규모가 8000만 원 아래인 경우 간이과세자로 분류돼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가 없고 부가가치세율도 통상 1~4% 정도로 일반과세자의 절반 이하만 부담하게 되지만, 8000만 원을 넘어선 일반과세자로 분류될 경우 점주의 부가세 부담이 커진다.
해당 논란에 우아한형제들 측은 "자영업자들이 설정한 배달팁에 대해서만 매출로 잡히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6000원의 배달비의 경우 자영업자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3000원을 매출로 책정하게 되며, 그 외에 저희가 설정한 3000원은 배달의민족 매출로 잡힌다"고 답했다.
배달의민족의 신규 광고 서비스인 '우리가게클릭'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 서비스는 클릭당 과금(CPC∙Cost per click) 방식으로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200~600원씩 차감된다. 지난 4월 서비스를 시범 도입한 후 5월 12일부터 유료로 전환해 선보이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실제 주문을 하지 않고 이용자가 클릭만 해도 광고비가 청구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경쟁 업체가 클릭해 광고비를 쓰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우리가게클릭 상품은 배달업계에서는 저희가 처음 도입했다"며 "이미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상품 모델이다. 꼭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자영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부가 상품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 배달의민족 3년째 적자…높은 배달비에 소비자 뿔났다
우아한형제들은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었지만, 2021년 매출 2조 원대를 기록하며 어느새 커다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에는 364억 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20년 112억으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지난해 757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최근에 배달의민족은 이용자 이탈 현상을 겪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1994만 명으로 전달 대비 25만 명 이상 줄어들었다. 2000만 명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배달의민족에서 이탈한 이용자가 다른 배달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지는 않다. 같은 기간 요기요 MAU도 765만 명으로 지난달보다 30만 명이 줄었고 쿠팡이츠 MAU도 56만 명 감소했다.
이처럼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 사용자 수가 감소한 데에는 엔데믹 이후 그동안 억눌렸던 외식 수요가 폭발하면서 배달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격하게 오른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비에 소비자들이 심리적인 저항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배달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서울시민의 약 52%는 배달 음식과 배달비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10명 중 3명은 배달비가 인상되면서 배달 서비스 이용 빈도를 줄였다고 답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올해 초 배달비와 중개 수수료를 세분화했다. 배달의민족은 기존 '중개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이었던 수수료 체계를 '음식값 6.8%+배달비 6000원(배민1 일반형 요금제 기준)'으로 변경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인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정액제로 하던 배달 서비스를 세분화하면서 소비자들이 경험했을 때 배달비 인상 결과를 초래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비 인상으로 인한 불만과 엔데믹 전환이 같은 시기에 이뤄졌기 때문에 배달비를 내지 않고 직접 가서 사 먹는 식의 소비 생활패턴으로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배달 의존도가 높았다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배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심리적인 저항감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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