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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파업'이라고 쓰고 '폭력'으로 읽는 '한국식 파업'

  • 경제 | 2022-06-14 00:00

나라 경제, 서민 생계 위협하는 불법적 쟁의 행위 정당화될 수 없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10일 광주 기아자동차 제1공장 남문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광주본부 소속 화물운수 노동자들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광주=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10일 광주 기아자동차 제1공장 남문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광주본부 소속 화물운수 노동자들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광주=뉴시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쯤 되면 시위와 파업의 나라로 불러도 될 듯하다. 지난 정부 때부터 유행처럼 번진 'K 붙이기'를 대입해 보자면, 'K-파업'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형국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지난 7일 시작 후 일주일째 지속하면서 산업계는 말 그대로 멈춰섰다. 산업계 순환을 책임져야 할 화물차들이 전국 각지 고속도로, 산업현장이 아닌 공터와 주차장에 진을 치면서 주류 공장부터 완성차 공장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업계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멘트 수송 중단으로 건설 현장은 이미 비상이 걸렸고, 주류 공장 제품 출하 거부로 편의점은 물론 중대형 마트 주류 매대에는 '1인당 주류 구매 수량을 제한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 반도체 수급 문제로 된서리를 제대로 맞은 완성차 업계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그 피해 규모를 가늠조차 못 하는 신세다.

화물연대 파업 사태의 발화점은 올해로 시한이 만료되는 '안전운임제'다. 해당 제도는 낮은 운임을 화물 기사들의 안전 운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보고,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 등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18년 화물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거쳐 도입됐다.

단, 해당 제도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량에 한해 2020년부터 3년간 한시 적용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것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더불어 적용 대상을 전차종·전품목으로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제도 도입을 추진했을 때부터 이해당사자들과 첨예한 온도 차를 보였던 터라 일각에서는 기한 종료를 앞두고 어느 정도의 잡음을 점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화물차주에게 적정한 운임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해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극 지원하겠지만, 안전운임제가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화주 등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주장을 일방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다.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로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종합해 판단해야 할 문제다. 물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주류 생산 업체들의 물류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편의점과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주류 판매 수량을 한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재근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주류 생산 업체들의 물류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편의점과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주류 판매 수량을 한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재근 기자

그러나 현시점에서 화물연대가 보이는 행태를 보고 있자면, 막무가내식 총파업이 과연 '노동자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된 화물연대 조합원 수만 50여 명에 달한다.

비조합원들이 주류를 싣고 공장을 나가려 하자 트럭 밑으로 들어가 운행을 방해하고, 항만 출입구를 봉쇄하는 것을 막으려는 비조합원을 폭행하고, 심지어 집회 과정에서 경찰관까지 폭행하는 이 같은 행위들은 결코 '권리'가 아니다.

민주노총이라는 거대 집단 앞에 붙어 있는 '민주'라는 단어는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따위를 그 기본 원리로 두고 있다. 불법적 행태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막무가내식으로 운송을 거부하는 이들이 수년간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았던 수많은 자영업자에게 다시금 기지개를 켤 겨를도 없이 주류 사재기 경쟁에 뛰어들게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화물연대 간부가 파업에 협조하지 않고 배송에 나서려는 비노조 화물차 기사들을 폭행하고,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택배회사 본사를 불법 점거하는 일들이 매년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게 오늘날 우리나라 노사 문화의 현주소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 폭력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 산업 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 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업무 개시 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경제단체의 외침이 와닿는다. 화물연대의 불법적 행위는 경제단체의 주장에 더 힘을 실어줄 뿐이다.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위법하고, 다수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준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용납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외면한 막무가내식 집단행동은 사회를 좀먹는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이자 폭력일 뿐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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