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재개…M&A, 행선지 질문에는 '침묵' 일관
[더팩트|김포=이민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주요 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오늘(7일)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날 몰려든 취재진에 가벼운 인사만 건네고 빠른 걸음으로 출국장에 들어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11시 45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했다. 얇은 짙은 남색 재킷과 연회색 정장 바지를 입고 등장한 이재용 부회장의 얼굴에서 긴장한 기색마저 느껴졌다.
출국장에 홀로 나타난 그는 취재진을 향해 "수고하셨다", "잘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곧바로 입구로 들어섰다. "네덜란드 출장에서 누구를 만날 예정인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날 출장에 나서는 소감이 어떤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날은 29년 전 고(故)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 중 '신경영'을 선언한 날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7일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인수합병(M&A) 계획이나 추후 ESG 경영 플랜에 대한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번 출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신사업 관련 인수합병(M&A)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첫 번째 출장지 네덜란드에는 그간 업계에서 삼성의 유력 M&A 후보군으로 꼽혀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있기 때문이다.
또 독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에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이 있어 이 부회장이 두 국가를 방문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부터 오늘 18일까지 유럽을 방문한다. 이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다시 나서는 것은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무려 6개월 만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분야 '초격차'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립해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로 이번 출장을 강행하기로 했다고 내다본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삼성의 5년간 450조 원 투자 결정'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유럽 출장 첫 방문지는 네덜란드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을 방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독점하는 ASML의 본사를 찾아 EUV 노광장비 공급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대만의 TSMC와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EUV 노광장비 확보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EUV 노광장비는 몸값만 1대 기준 3000억 원 달하지만, 한 해 생산량이 40여 대 수준인 만큼 수량 확보가 힘들다.
이재용 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30일 방한 중인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양사 간 협력안에 M&A 공동 추진안이 포함됐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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