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측, 지난달 27일 인수 결정 취소…경영권 인수 투자 합의 6개월 만에 무슨 일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세계인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한류 콘텐츠의 대표 아이콘으로 우뚝 선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자본을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각화 된 한류 콘텐츠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더팩트>는 세계화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면의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엔터Biz'를 통해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팬데믹으로 오랜 침체기를 걷던 한국 영화계가 웃고 있다. '범죄도시2'의 흥행과 함께 최근 칸 국제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브로커' '헤어질 결심'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한국 영화가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도 이 중 하나로 꼽힌다. '헌트'는 이정재가 감독을 맡고 20년 지기이자 사업 동반자인 배우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첩보 액션영화로, 지난해 말 아티스트컴퍼니가 설립 5년 만에 1000억 원대 투자 유치를 눈앞에 두고 소개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이 1000억 원대 '잭팟'이 없던 일이 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헌트'가 칸 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면서 호평을 받고 온 직후라 업계에서는 거액의 투자 철회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컴투스의 자회사 위지윅스튜디오는 지난달 27일 이정재 정우성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와 콘텐츠제작사 이티스트스튜디오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 합의를 전면 해제했다. 투자 합의를 체결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대해 컴투스 측은 "아티스트스튜디오 및 아티스트컴퍼니와 글로벌 콘텐츠 사업 역량 강화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십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및 협의를 진행해 왔고, 그 결과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의 협업구조보다 각자의 사업 분야에 대한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점에 상호 합의해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컴투스와 위지윅스튜디오는 아티스트스튜디오와 아티스트컴퍼니를 자회사로 두는 신생 법인을 설립해 각각 250억 원, 800억 원 등 총 1050억 원을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확대할 방침이었다. 특히 특수효과와 시각기술에 특화된 콘텐츠사인 위지윅스튜디오가 이정재 정우성 등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을 활용한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터라 업계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투자 무산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표면적인 이유는 양 측의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아티스트컴퍼니의 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하면서 경영권 인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게 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컴투스 측이 포기를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티스트컴퍼니는 지난 2016년 정우성과 이정재가 의기투합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두 사람은 회사 초기 경영권을 책임지고 사업 전반을 지휘하는 대표 역할을 했으며, 2017년 말부터 전문경영인인 김병선 대표에게 대표직을 넘긴후 작품 활동에 매진하며 주요 주주와 이사로 활동해 왔다. 국민 배우 안성기를 포함해 염정아 박소담 이솜 고아라 배성우 임지연 이소민 등이 이 회사 소속 배우다.
특히 지난해 9월 이정재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인기를 모으면서 아티스트컴퍼니가 덩달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정우성이 제작한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도 호평을 이끌엇고, 이번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영화 '헌트'가 세계 무대에서 첫 공개 됐다. 아티스트컴퍼니 입장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의 잠재적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에 이정재와 정우성이 컴투스 등 기업집단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오히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배우 감독 제작자에 사업가 명함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 이후 세부적인 조건 등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이정재 정우성의 위상과 아티스트컴퍼니가 제작하는 작품들의 가치가 상승 변화하면서 사업적으로도 여전히 더 큰 수익을 올릴 여지도 농후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티스트컴퍼니 측은 이번 투자 합의 해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우성은 지난 1월 '고요의 바다' 공개 당시 <더팩트> 등 다수 매체와 진행한 제작자 인터뷰에서 당시 투자 합의 체결에 대해 "아티스트컴퍼니가 작품 제작에 매진할 수 있는 새로운 도약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생각해달라"며 "시대가 발전하면서 큰 자본의 투입은 불가피한 시대로 가고 있다. 여러 산업과 연계도 분명히 요구되는 상황이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시점이다. 영화인으로서, 제작자로서, 연출자로서, 배우로서 어떤 파트너가 필요하고 어떤 활동에 집중할 것인가 그런 고민 속에서 결정한 것 같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영화 '헌트'는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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