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키움·이베스트투자 등 전년·전분기 대비 모두 하락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 성적표가 나오면서 결과를 두고 회사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반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악화했음에도 전분기 대비로는 신장한 순이익을 보인 가운데 전년보다 높은 실적을 내거나 전분기 대비 악화한 회사들이 나타나 이목이 쏠린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의 대부분은 전년 대비로는 악화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상승한 순이익을 나타냈다.
자기자본기준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 197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33.6% 줄었고 전분기 대비 1.5% 상승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2745억 원)은 지난해 1분기 대비로는 21.7% 감소했고 전 분기보다는 13% 상승했다.
이외에도 △삼성증권(47.5%↓·5.3%↑) △하나금융투자(13.1%↓·2.6%↑) △KB증권(47.9%↓·127.3%↑) △대신증권(31.9%↓·32.7%↑) △교보증권(47.3%↓·108.2%↑) △현대차증권(16.7%↓·98.7%↑) 등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상승한 실적을 나타냈다.
증권가의 이번 1분기 실적은 글로벌 은행의 긴축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적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증시 약세가 이어져 감소세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대다수 전문가의 예측이었다. 기저효과에 의해 코로나19 이후 호황을 누렸던 전년 실적을 대부분 밑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메리츠증권과 BNK투자증권은 전년보다도 큰 폭의 성장세를 시현했다.
메리츠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33.4% 증가한 2824억 원이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48.8% 올랐다. BNK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9.8%, 전분기 대비 92.2% 늘어난 346억 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시장 부진으로 거래량이 크게 줄었지만 IB와 금융수지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달성하며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이 우려됐으나 이에 대비한 포지션 관리로 흑자를 유지했다. 비상장사 투자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반면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는 전년 대비와 전 분기 모두 후퇴한 실적을 나타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2053억 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올해 1분기 1023억 원으로 반토막(-50.2%) 났다. 지난해 1분기 대비로는 60.3% 하락이다. 키움증권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7.1%·전 분기 대비 22.6% 감소했다. 또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54.7%·전분기 대비 21.1% 하락했고, DB금융투자(56.8%↓·4.4%↓), 유진투자증권(54.7%↓·14%↓) 역시 전년 동기와 직전 분기 대비 부진했다.
직전 분기보다 실적이 악화한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성 약화와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운용 손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심화 등으로 인한 자본 활용도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정학 이슈와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국내외 투자환경 악화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종 대외적 환경에 의해 실적 악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2분기에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의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한 1조107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역대급 호황기를 맞이했던 만큼 역기저 효과로 올 한 해 증권사 실적 감익은 불가피하다"며 "주도 업종이 부재한 가운데 개별 종목 중심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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