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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공사중단 장기화에 재건축 조합 내홍까지 '첩첩산중'

  • 경제 | 2022-04-29 00:00

'조합 정상화 위원회' 발족…고발, 폭로전 양상까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파행을 둘러싸고 조합 내부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둔촌주공 모델하우스 내부. /강동=이민주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파행을 둘러싸고 조합 내부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둔촌주공 모델하우스 내부. /강동=이민주 기자

[더팩트|이민주 기자] 초유의 공사중단 사태가 벌어진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조합 내부의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위원회)는 전날(28일) 과거 조합이 '특정업체 지정 입찰'을 요구한 사례를 폭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조합 집행부는 과거 시공사업단이 진행한 '실외기 전동식 루버 입찰'에 특정업체를 지정 입찰하라고 요구했다. 실외기 전동식 루버란, 에어컨 실외기실 창문에 설치되는 장치로 실외기의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자동 환기 시스템이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주고받은 입찰 관련 문서에 따르면 조합 집행부는 "현재 당 현장의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업체 A사를 반드시 입찰에 포함 시킬 것"과 입찰 시 스펙 기준에 "Knob방식이 가능할 것"을 명시했다. Knob방식은 먼저 언급한 A사가 독점하고 있는 기능이다.

위원회는 "조합 집행부에서 공문을 발송해 A사를 반드시 포함하라는 등을 요구했고 시공사업단 측은 특정 업체의 스펙을 명시해 입찰을 진행하면 공정성에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며 "이후 B사 제품으로 낙찰된 이후에도 A사의 제품으로 바꾸라는 요구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A사 제품은 낙찰된 B사 제품 대비 2.2배가 비싸 60억 원이 추가 소요 된다.

지난 22일 발족한 위원회는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최근 활동을 본격화했다.

발족 당시 이들은 "조합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현 조합 집행부와 자문위원 등으로부터 "조합원들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적법한 사실에 입각해 합리적인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으고자 조합 정상화 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말했다.

운영 목표는 △사업 정상화 추진(공사재개) △입주지연 최소화 △현 조합 집행부와 자문위원의 업무수행 제동 △둔촌주공 조합원모임 카페 법률 제재 등으로 제시했다.

위원회는 둔촌주공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공사비 증액 때문이 아닌 조합 집행부의 이권개입 때문에 벌어졌다고 강조한다. 위원회는 "공사비 증액, 계약 절차는 명분일 뿐"이라며 "조합이 내세운 합의 조건은 고급화를 명분으로 자신들이 지정한 업체의 마감재로 시공하는 것이다. 공사가 중단된 지금에도 특정업체 지정이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둔촌주공 정상화 위원회에 따르면 조합 집행부는 과거 진행된 '실외기 전동식 루버 입찰'에 특정업체를 지정 입찰하라고 요구했다. /위원회 제공
둔촌주공 정상화 위원회에 따르면 조합 집행부는 과거 진행된 '실외기 전동식 루버 입찰'에 특정업체를 지정 입찰하라고 요구했다. /위원회 제공

현재 일부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둔촌주공 아파트(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 및 공사 참여 협력업체 등 21명은 지난달 조합 집행부와 조합 자문위원 7명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주요 고발 내용은 △조합 자문위원단이 군림하는 기형적 형태의 운영 △조합 집행부 및 자문위원들의 특정 마감재 업체 선정을 위한 이권 개입한 정황 등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선출된 조합의 신 집행부가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며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갈등을 조장해왔다. 신 집행부는 자신들이 내정한 특정업체를 공사에 참여시키기 위해 기존 사업자를 압박해 계약을 해지하고 특정 업체에 배점을 유리하게 만드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위원회 측 설명이다.

고발인들은 "이들은 단지 고급화를 명분으로 이미 총회에서 의결·확정된 내부마감재 변경에 집중했고 공인인증성적도 없는 업체로 교체를 요구하며 공사자재승인을 거부했다"며 "이권개입에 집착해 시공사업단과의 극단적인 갈등을 초래했고 감독관청의 중재마저 무시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사중단 장기화에 따라 조합 내·외부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갈등의 최대 쟁점인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시공사업단에서 소송 취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조합은 다음 날인 지난 16일 둔촌동 동북중·고에서 총회를 열고 '과거 공사비 증액 계약과 관련한 조합 임시총회 의결을 취소하는 안'을 가결했다.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시의 역할이 대안 마련보다는 양측을 중재 테이블을 앉도록 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최근 양측과 개별 면담을 하고 이르면 이번 주 양측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조합 집행부가 약속한 것과 달리 시공사업단이 진짜 공사를 중단하게 되면서 조합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팽배할 것"이라며 "어느덧 10일이 지나서 이제는 조합 집행부에서 말한 대로 시공사 교체 수순을 밟아야 할 때가 왔다. 이를 기점으로 내부 불만과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상황이 점점 답답하게 흘러가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뭉쳐 다른 무리가 구성되고 있다"며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지만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차라리 소송이 제일 빠를 것'이라는 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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