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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시공사, 조합 '화해 제스처'에도 꿈쩍 않는 이유는

  • 경제 | 2022-04-22 00:00

조합, 중단 직전 공문 보냈다 vs 시공사업단 "진의 의심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공사 중단 사태도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주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공사 중단 사태도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주 기자

[더팩트|이민주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며 관심이 쏠렸던 둔촌주공 공사 중단 사태가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갈등의 최대 쟁점인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시공사업단에서 소송 취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양측 간 견해차가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1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업단에 '둔촌주공 사업 정상화를 위한 연석회의 제안' 공문을 보냈다.

조합은 공문을 통해 시공사업단이 주장하는 3조2000억여 원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공문을 통해 "사업 파행을 막고자 시공사업단에 연석회의를 제안한다"며 "공사비를 3조2000여억 원으로 하고 이후 공사비 검증 절차를 진행해 산출된 금액 기준으로 확정하자"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주한 주민들의 전세대출 이자 지원과 빠른 일반분양 진행 등을 요구했다.

업계는 사실상 조합이 한발 물러나 '공사비 증액'을 수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는 지난 15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중단됐다. 양측은 지난 2016년 총회에서 2조6000억 원의 공사비를 의결하고, 지난 2020년 6월 약 5600억 원 증액한 3조2000억 원대로 계약을 변경했다.

현 조합은 증액 계약 체결 직후 조합장이 해임됐다는 점을 근거로 증액 계약서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공사업단은 증액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후 갈등이 심화하면서 조합은 지난달 22일 시공건설사를 상대로 공사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15일 공사 중단을 단행했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14일 강동구청 주택재건축과장, 주택도시보증공사에 공사중단 예고 안내문을 보내고 "다수의 조합 귀책 사유 발생에 따라 부득이 공사중단 예고를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은
시공사업단은 "'공사비 증액에 동의하겠다'는 조합의 공문을 믿을 수 없다"며 공사계약 무효확인 소송부터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시공사업단 제공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진의가 의심된다며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조합이 실질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사비 증액을 인정하겠다면 먼저 '공사계약 무효확인 소송'부터 취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대건설 등에 따르면 조합이 관련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시공사업단에서 보낸 회신에는 답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에 공문을 보내 △공사변경 계약서의 유효성 인정 △공사비 재검증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공사비 기발생 손실분 협의 △상가 대표 단체와 조합의 분쟁 종료 확인 △추가 공사지연 방지를 위한 감리단의 자재 승인 근거자료 제공 등으로 안건을 확대하자고 요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업단의 금융손실은 현재까지 1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계약이 최초 문제가 된 것은 맞지만 이제와서는 이 문제만 해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공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이후 우리 측에서도 추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을 명시해 공문을 보냈고 협상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조합은 결국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문 발송 이후의 조합 측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 공사 중단을 막으려고 공문을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공사중단 다음 날인 지난 16일 둔촌동 동북중·고에서 총회를 열고 '과거 공사비 증액 계약과 관련한 조합 임시총회 의결을 취소하는 안'을 가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조합은 지난 13일 대의원회를 열고 '시공사업단 조건부 계약 해지 안건 총회상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공사가 10일 이상 중단될 경우 시공사에 대한 계약을 해지하게 된다. 계약 해지 후에는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한편 기존 시공사업단과의 법적 분쟁을 벌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간 골이 깊고 입장 차이도 너무 큰 만큼 외부 중재 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상태로 보인다. 조합이 계약해지에 나설 경우 문제가 커지게 된다"며 "최근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겠다고 했고, 양측도 시간이 걸릴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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