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퍼스트 무버로…로보틱스, 자율주행 등도 놓치지 않겠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경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주요 사업 영역에서 정의선 회장 특유의 '퍼스트 무버(개척자)'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그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뉴욕오토쇼 현장에서 열린 '2022 월드카 어워즈'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상을 휩쓸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세계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등 자동차에 시상하는 6개 부문 가운데 3개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 가운데 2개를 석권하는 등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증명하게 됐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기아 전용 전기차 EV6를 통해 '2022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한 바 있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는 전기차 판매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25만2719대를 판매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톱5'권에 진입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동기(4만4460대) 대비 73% 늘어난 7만6801대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총 307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EV 라인업을 갖춰 187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2030년 12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모델을 향한 전문가와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진 배경으로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을 꼽는다. 그동안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가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독려하면서 전기차 시장 선점 계획을 추진해왔다.
정의선 회장은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전기차용 신기술을 직접 점검했고, '퍼스트 무버' 전략에 따라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다른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신기술 적용을 적극 주문, 과감한 도전에 힘을 싣는 정의선 회장의 미래 사업 방향성 아래 차량 외부로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등도 탑재될 수 있었다는 것이 내부 전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술의 개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며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일정이 다소 늦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디자인, 공간, 편의사양, 전비, 파워트레인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기술과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의선 회장의 경영 능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정의선 회장을 '올해의 비저너리(선지자)'로 선정했다. '올해의 비저너리'는 향후 30년 이상 자동차 산업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업계 리더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정의선 회장이 최초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뉴스위크는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현대차그룹은 그의 리더십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 아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재정립하고, 인류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수소차,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퍼스트 무버' 전략을 실행 중이다. 전날(14일) 뉴욕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서는 "로보틱스, 자율주행, 수소차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는 로봇 기술의 브레인이 되는 기술들을 가진 곳들과 협업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산업용·개인용 로봇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에 대해선 "자율주행은 2026년까지 레벨3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레벨4도 테스트하고 있지만, 레벨4를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미국 기준으로 레벨4는 2026년에 차를 만들어 생산·판매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나오면 하늘길은 돌발 변수가 적기 때문에 차보다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며 "기술상으로는 2026년에 실현할 수 있지만 법규·규제 때문에 실제 활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수소차 개발과 관련해서는 "수소전기차는 원하는 목표가 있지만, 달성하는 데 조금 지체될 수 있다"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최대한 시점을 당기고 있다. 수소전기차를 안 하지는 않을 것이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는 게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미래 사업이 구체화될수록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판이 바뀌는 시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동시에 그간 중시해온 '품질 경영'을 더욱더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의 획기적인 공간 이동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남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저의 목표다. 그 안에서 자동차, AAM, 로보틱스 등의 영역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할 것"이라며 "일단 품질이 중요하다. 아무리 전자 장치가 많아지고 자율주행이나 편의성이 높아지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기본기를 다지는 게 우리가 성공하는 길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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