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자금 조달 주선에 대한 리스크 고려"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KB증권이 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관련 종목의 주가 하락이 나타나며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KB증권의 계획 철회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 급격히 꺼진 인수 기대감에 주가 '우수수'…주주들 '울상'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내부 논의를 통해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 자금 조달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앞서 쌍방울은 지난 6일 쌍용차 인수 자금 중 4500억 원 규모를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KB증권은 쌍방울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4500억 원의 절반 정도를 주선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KB증권이 돌연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쌍방울그룹 관련주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13일 쌍방울은 전일 대비 6.68% 하락한 741원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 계획 철회가 알려진 12일 쌍방울은 전일 대비 16.42% 하락했다.
이날 계열사인 광림은 전일보다 8.13% 하락했고 비비안(- 0.97%), 아이오케이(-0.92%), 나노스(-2.36%) 주가가 모두 미끄러졌다. 전날에도 광림은 전일 대비 25% 급락했다. 비비안(-5.85%), 아이오케이(-5.24%), 나노스(-3.05%)도 모두 크게 내렸다.
일각에선 KB증권의 참여 소식을 믿고 매수했는데 계획 철회로 주가가 떨어져 피해를 입었다며 주주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관련 기사에 댓글을 게시한 한 누리꾼은 "쌍방울보다 KB증권 때문에 피해봤다. 투자한다는 KB증권을 믿고 매수했는데 철회한다고 하면 이미 투자한 사람들에 막대한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고 질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증권사에서 쌍방울이 어떤 집단이란 것을 모르고 이제야 철회했다니? 처음부터 같이 시도한 게 웃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손 뗀 KB증권에 막막하긴 매한가지…쌍방울 자금 조달 난항 예상
갑작스럽게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쌍방울 측도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난처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광림 등 쌍방울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800억 원 수준으로, 조 단위의 쌍용차 인수를 성공하려면 반드시 4500억 원 이상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쌍방울이 새로운 인수 협력자를 찾아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선 국내 5대 증권사인 KB증권이 발을 빼면서 몸을 사린만큼 여타 증권사들이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쌍용차 인수 이슈에 개별 종목 주가의 급등락이 심한 상황인 데다 금융당국의 조사까지 시작된 점 등 감수해야 할 각종 위험 요소가 많아서다. 금융당국은 쌍용차 등 상장기업 인수전에서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KB증권이 기업 평판이나 여러 리스크를 고려한 처사에 나선 만큼 유진투자증권 역시 이번 딜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따라붙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이 선뜻 나설지는 모르겠다"며 "주선 수수료 등을 고려해 일부 소형 증권사가 참여 의사를 밝힐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KG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의 유력한 승리자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KG케미칼을 모태로 둔 KG그룹은 앞서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는 KG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00억 원이며 KG ETS가 매각을 예정 중인 폐기물사업부의 매각대금 5000억 원이 더해지면 자금력에 문제가 없다는 관측이다.
◆ KB증권이 몸 사리는 이유, '엔지켐'에 데인 탓?
KB증권이 자금 조달 계획을 철회한 이유는 기업 평판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KB증권 관계자는 "추가적인 내부 논의 과정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철회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앞선 엔지켐생명과학(이하 엔지켐)의 유상증자 참여 후 의도치 않게 최대주주가 됐고, 지분 매각도 어려워진 형국에 처한 바 있어 이번 딜에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앞서 KB증권은 엔지켐이 실시한 유상증자의 주관사로 참여했다가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엔지켐은 주주총회에서 적대적 M&A 시 경영진에 수백억 원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황금낙하산' 규정을 강화하며 KB증권은 제삼자로의 지분 매각이 어려워졌다. 장중 매각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남았지만 대규모 처분은 주가 급락이 우려돼 물량 처분에 고심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엔지켐의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에 나섰다가 지분 매각 방식에 있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KB증권으로선 실권주 인수로 자금이 묶였기에 매각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며 "리스크에 있어 더욱 민감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LOI를 제출했다가 딜에 대해 검토하다 보니 나타난 리스크에 따라 철회했을 뿐. 여기서 리스크는 자금을 조달할 회사에 대함이 아니고 자금 조달 주선에 참여하는 자체에 대한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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