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차세대 원전 SMR 진출 검토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탈(脫)원전 백지화'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책적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며 기업들의 SMR 관련 움직임이 더욱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MR을 제조하는 미국 벤처기업 '테라파워'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형 지주사인 SK㈜와 핵심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이 투자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 2006년 설립한 SMR 선도 기업이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와 40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자해 345MW(메가와트)급 SMR 건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300MW 이하인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재계는 이번 투자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빌 게이츠가 의장으로 있는 '테라파워' 이사회에 참여할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SK그룹 측은 "이사회 참여를 비롯해 투자 자체가 확정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 아이템 중 하나로 SMR 관련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SMR이 기존 원전 대비 안정성이 높고 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넷제로 목표를 실현하는 주요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테라파워' 등 SMR 관련 SK그룹의 투자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인 2억톤의 탄소를 SK그룹이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탄소중립을 외친 선진국에서는 SMR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이번 SK그룹의 '테라파워' 투자 가능성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제기된 소식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백지화'를 예고한 상태에서 차세대 원전 사업이 향후 정책적 수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날(12일) 넷제로 정책의 대대적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SMR을 탄소중립형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SMR 관련 투자를 지난해부터 검토해왔다.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새 정부의 정책 수혜를 계산한 행보라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 원전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새 정부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 외에도 현재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두산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약 1억 달러(약 1241억 원)를 투자하면서 SMR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따냈다. 회사는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SMR 생산전문설비를 구축, 연평균 80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상 SM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용융염 원자로(MSR)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 설계 연구를 추진하고 있고, 용융염 원자로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와 소형 용융염 원자로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에도 착수했다.
향후 SMR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는 기업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에너지원인 데다, 마찬가지로 새 정부의 친원전 기조에 발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SMR 시장은 오는 2035년 최대 62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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