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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대표 'S'가 바뀌었다" 임직원 끌고 최태원 밀어 만든 SK '찐' 복지

  • 경제 | 2022-04-09 00:00

난임 시술 무제한, 전용 거점 오피스 운영…재계 '파격' 복지 눈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SK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최근 잇달아 '틍 큰' 복지 제도를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더팩트 DB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SK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최근 잇달아 '틍 큰' 복지 제도를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일할 맛 납니다."

SK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새로 개편·발표한 복지 프로그램과 제도가 그간 재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의 지원 범위와 혜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출범(관계사 편입) 10주년(2001년 3월)을 맞은 SK그룹 계열사 SK하이닉스는 최근 온라인 사내 게시판에 임직원들의 복지 혜택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렸다.

새로 추가된 복지 프로그램과 제도는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 3개월 제도 △4월부터 2주 동안 80시간 이상을 근무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월 1회 세 번째 금요일에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해피 프라이데이' 도입 △임신기 단축 근무 기간을 전체 임신 기간으로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는 SK텔레콤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에서 먼저 시행한 제도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도입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최고경영진은 회사 구성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 기존 복지 제도를 확대 개편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SK텔레콤 AI관련 구성원들과 토론하는 최태원 회장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최고경영진은 회사 구성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 기존 복지 제도를 확대 개편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SK텔레콤 AI관련 구성원들과 토론하는 최태원 회장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아울러 △구성원에게 시공간 제약 없는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글로벌 거점 오피스 확대 프로그램' △사내 커리어 성장 프로그램(CGP) 활성화 △국내외 석박사 과정 지원 대폭 확대 △글로벌 사업장과의 교환 근무 확대 △미국 스탠포드 등 해외 대학 및 기업과 연계 프로그램 신설 등도 추진한다.

특히, 화제를 모은 것은 노사 협의로 결정된 '출범 10주년 기념 특별 축하금' 지급 소식이다. 규모는 기본급의 200% 수준으로 알려졌다.

축하금 지급은 같은 날 진행된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 회사 임직원의 글이 올라오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해당 글에는 축하금 외에도 △칠순공조금 신설 △외조부모 조사 공조금 신설 △전사 허먼밀러 의자 교체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어 더욱 화제를 모았다. 고급 사무용 의자 전문 제조사인 허먼 밀러 브랜드는 엔트리급 제품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는 이모(36)씨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서 사내 복지제도와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의 글들이 꽤 많이 올라온다"라며 "개인마다 만족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근무 환경과 조건이 개선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출범 10주년을 맞아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 3개월 제도, 2주 동안 80시간 이상을 근무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월 1회 세 번째 금요일에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해피 프라이데이'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복지 프로그램 및 제도를 발표했다. /더팩트 DB
SK하이닉스는 최근 출범 10주년을 맞아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 3개월 제도, 2주 동안 80시간 이상을 근무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월 1회 세 번째 금요일에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해피 프라이데이'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복지 프로그램 및 제도를 발표했다. /더팩트 DB

올해 들어 일부 스타트업을 비롯해 IT·게임·포털 기업에서 연봉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화제를 모은 바 있지만, 이번 SK의 복지제도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경영진이 귀를 기울여 완성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의 복지제도 변화의 시발점은 지난해 1월 당시 4년차였던 SK하이닉스 직원이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에게 발송한 메일 한 통이다. PS(초과이익분배금) 제도와 관련해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종업계 수준으로 책정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호소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회사 최고경영진은 바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지난 2월에는 PS 지급 기준을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했고, 노사 합의를 통해 임직원 기본급을 기존 대비 8.07%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신입사원 평균 연봉을 5040만 원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삼성전자(4800만 원) 대비 200만 원 이상 높은 수치다.

SK텔레콤은 구성원들에게 자율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체 거점오피스 브랜드 '스피어'를 론칭하고, 서울 신도림과 일산, 분당 등 3곳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구성원들에게 자율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체 거점오피스 브랜드 '스피어'를 론칭하고, 서울 신도림과 일산, 분당 등 3곳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역시 임직원 복지 제도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발 앞서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한 SK텔레콤은 자체 거점오피스 브랜드 '스피어(Sphere)'를 론칭하고, 서울 신도림과 일산, 분당 등 3곳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여러 기업이 임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 개념을 뛰어넘은 새로운 실험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기술, 독자 앱을 통한 자리 예약 기능을 비롯해 오피스 각 자리마다 'iDesk'를 배치하는 등 SK텔레콤의 첨단 기술을 집약한 별도의 거점을 마련했다. (2022년 4월 7일 자 <'집 앞에 첨단 사무실이…' SK텔레콤, 거점오피스 '스피어' 운영> 기사 내용 참조)

'스피어' 탄생 배경도 눈여겨 볼만하다. SK텔레콤은 신개념 거점 오피스 구축 배경으로 '구성원들의 행복 증진'을 꼽았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구성원들의 하루 출퇴근 시간과 거리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거점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스피어' 신도림을 방문한 박정호 부회장은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식의 일문화는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혁신을 창출할 가능성도 높인다"라며 "구성원에게 일하는 장소를 선택하는 자유를 제공하고 싶다. SK텔레콤의 'WFA(Work From Anywhere)'가 가능한 환경을 지속 확대해 구성원들이 공간의 제약 없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스피어' 신도림을 방문한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7일 '스피어' 신도림을 방문한 박정호 부회장은 "구성원들이 공간의 제약 없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제공

특히, 이 같은 변화는 '구성원들과 동반성장'을 강조한 최태원 회장의 경영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하이닉스 성과급 이슈 당시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구성원들의 복지 개선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열린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도 최태원 회장은 "10년 전 불확실성을 딛고 지금 SK하이닉스는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이 됐다. 이를 가능하게 해준 구성원 모두는 내 삶에 별과 같은 존재"라며 감사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에서 처우 개선 문제를 두고 노사 간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라며 "그러나 이번 SK그룹의 경우 단순히 어떤 것을 얼마만큼 지원했는지보다 회사 구성원들의 요구사항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의 적극적인 수용 의지와 상호 공감대 형성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고, 경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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