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가스법, 현실 반영 못해"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예스코가 배관안전점검원 증원 문제를 놓고 여전히 노동조합과 대립하고 있다. 예스코는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지난해 예스코홀딩스 대표에 오른 구본혁 사장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예스코의 지주사인 예스코홀딩스는 예스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LS그룹 본사 앞에 '예스코 도시가스 배관안전점검원 불법운영, 구본혁 대표가 책임져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전국도시가스노동조합연맹의 예스코노조는 이날 예스코홀딩스가 입주해 있는 LS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에 맞게 도시가스 배관 15km당 1명의 도시가스 배관안전점검원 선임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29명이 추가 선임되어야 하지만 회사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예스코가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서울지역의 지난 2020년말 배관연장은 1820km였으며, 지난해 말 2417km로 약 421km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예스코의 도시가스 배관안전점검원 29명이 추가 선임돼야 한다고 것이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별표1에 따르면 일반도시가스사업의 안전점검원 선임기준은 배관길이 기준 15km마다 가스기능사 이상의 자격을 가진자,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을 이수한 자, 안전점검원 양성교육을 이수한 사람 1명을 선임해야 한다.
노조는 예스코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배관연장 증가가 있었지만 배관안전점검원은 2020년 100명에서 지난해 99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예스코가 담당하는 경기지역도 배관 연장에도 배관안전점검원이 선임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에 171km의 배관연장 증가가 있었지만 배관안전점검원은 늘어나지 않았다.
김정은 예스코노조 위원장은 "명백한 도시가스사업법 위반이며 도시가스사업 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즉시 과태료 처분 및 형사고발을 할 의무가 있다"며 "배관안전점검원을 즉시 선임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예스코의 배관안전점검원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안전점검원 선임 기준에서 제외되는 가스사용자가 소유, 점유한 토지에 설치된 배관의 구체적 범위'를 질의했으며 아직 회신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질의 결과에 따라 예스코의 안전점검원 인원이 부족할 경우 벌금 및 안전점검원 선임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구본혁 대표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스코는 지난 2018년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로 ㈜예스코, 존속회사는 지주사로 전환해 ㈜예스코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예스코홀딩스 지분 13.32%(2021년 12월 31일 기준)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자은 회장의 조카인 구본혁 사장이 지난해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예스코홀딩스 지분은 0.50%를 보유 중이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는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한다. 경제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노조는 예스코홀딩스 대표가 예스코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주사가 종속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조는 "예스코홀딩스가 예스코의 100% 주주이며 이사회의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구조로 볼 때 예스코를 완전히 지배하고 예스코의 배당정책과 운영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예스코의 이사회는 구자철, 정창시, 문만영, 최세영, 이정철 등 5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가운데 구자철, 최세영, 이정철 등이 예스코홀딩스 이사회 멤버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최세영, 이정철 등이 예스코의 비상무이사직에서 내려오면서 지금은 예스코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 현재 예스코홀딩스와 예스코 이사회 두 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은 구자철뿐이다.
일각에서는 배관안전점검원 선임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시가스 배관안전점검원 선임 기준은 20여년 전 수립된 것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가스 업계 관계자는 "배관 길이 15km 당 1명 선임 기준은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 안전점검원이 걸어서 점검을 할 수 있는 거리를 감안해서 산정한 것"이라며 "현재 차량이나 드론 등 여러 기술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스코는 노조에 요구에 대해 "담당자가 자리에 있지 않다"며 끝내 입장을 알리지 않았다. 구본혁 사장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예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지주사 예스코홀딩스는 종속회사인 예스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예스코 노사 간 문제로 선을 그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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