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박철완 전 상무 지난해 이어 또 한 번 '완패'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회장이 또다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가 제안한 주주총회(주총) 안건이 모두 부결돼 사실상 박찬구 회장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반대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완패'한 박철완 전 상무의 경우 경영권 분쟁의 명분을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석화는 2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5기 정기 주총을 열고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 등을 놓고 표결을 실시했다. 분쟁 이슈가 있었던 만큼 이날 주총은 검표 등의 절차로 인해 다소 시간이 길어져 총 3시간가량 진행됐다. 주총은 지난해 말 기준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 2504만7020주 중 위임장에 대한 대리출석을 포함해 5632명의 소유주식 1705만6755주가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개회 당시 기준으로 참석률은 68.1%를 기록했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었다. 회사 측과 박철완 전 상무 측은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회사는 1주(보통주 기준)당 1만 원 배당,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와 박영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 이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올렸고, 박철완 전 상무는 1주당 1만4900원 배당,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와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 둘째 형인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8.5%)다. 지난해에도 박찬구 회장과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선언한 뒤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가 주총 표 대결에서 완패한 뒤 해고됐다. 올해 다시 "선친의 뜻을 이어 금호석화의 경영을 보다 투명화, 합리화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이날 주총 결과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철완 전 상무의 주주제안 중 배당안은 물론 자신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 등이 모두 부결돼 또 한 번 '완패'했다. 배당의 경우 회사 측 제안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지만,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회사 측의 1주당 1만 원도 역대 최고액인 데다 "박철완 전 상무의 제안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의 주주환원을 지향하는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회사 측 배당 안건 찬성률은 68.6%였고, 박철완 전 상무 측은 31.9%에 그쳤다. 회사가 추천한 박상수·박영우 사외이사 선임안은 71%의 찬성을 얻었다. 박철완 전 상무가 제안한 이성용·함상문 선임안은 29%의 찬성을 얻어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박상수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찬성률 72.6%)에도 이름을 올랐다.
박찬구 회장의 '완승'은 주총 전부터 예상돼왔다. 지분 구조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석화 2대주주인 국민연금(6.82%)이 박찬구 회장 편에 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금호석화의 중장기 투자 계획 등을 고려, 회사 측 배당안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라스루이스, 주요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ESG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한국ESG연구소도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명분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재계에서는 박철완 전 상무가 경영권보다 엑시트(출구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박철완 전 상무가 표면적으로 주주와 회사 성장을 위해 주주제안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명분 없는 흔들기로 회사에 악영향을 줬다"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쏟고 있는 회사의 발목을 잡는 등 소모적인 분쟁을 벌이며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려는 행동을 멈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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