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13년 이후 1.5조 출연…연구과제 706건·연구진 1.4만 명 지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조길영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다양하게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논문('그래핀 조셉슨 접합'내의 안정적인 플로켓-안드레예프 상태)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고체 물질의 성질은 고체 내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 금속, 그렇지 않으면 부도체로 정의된다. 금속과 부도체의 중간 정도로 전자가 움직일 수 있으면 반도체로 구분된다. 물질 내의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변경해 고체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열 또는 압력을 가하거나 인위적으로 불순물을 첨가하는 등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했다.
과학계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고체 물질의 경우 기존 방식(열, 압력, 화학물질 첨가 등) 외에도 빛을 쬐어주면 양자 성질이 바뀐 '플로켓(전자와 빛이 양자역학적으로 결합한 상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1900년대 중반부터 제안된 바 있다. 오랫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되던 플로켓 상태는 2013년에 처음으로 관찰됐고 이 후에도 몇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플로켓 연구가 지속해서 성과를 낼 경우 향후 빛을 쪼임으로써 '위상물질'(기존 반도체 기반 정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양자 물질)을 발현시킬 수 있는 등 신소재, 양자기술 분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아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그동안 구현된 플로켓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는 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지극히 짧은 순간만 지속됐다. 플로켓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양자 고체 물질에 가해주는 에너지가 매우 커 강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로켓 상태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그래핀을 접합시킨 소자)'에 기존의 적외선 대신 마이크로파를 서서히 쬐어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세기가 기존 대비 1조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해 열 발생이 현저히 줄었고, 플로켓 상태는 25시간 이상 지속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최적화된 '초전도 터널링' 분석법을 통해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가해지는 빛의 세기, 파장 등에 따라 달라지는 플로켓 상태의 특징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길호·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로켓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플로켓 상태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 향후 편광 등 빛의 특성과 플로켓 상태 사이의 상관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라고 말했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지난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5년째 지원을 받고 있다.
한편,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기초과학, 소재, ICT 분야에서 올해 자유공모 연구과제 720여건을 신청 받아 서면심사와 발표심사를 진행했으며 조만간 지원 과제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지원 과제로 선정되면 최대 5년간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지난해 지원된 연구비는 자유공모 49건 804억7000만 원, 지정테마 12건 152억1000만 원 등 956억8000만 원에 달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 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 사업으로 지금까지 총 706건의 연구과제에 9237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됐고, 지원을 받은 연구진은 약 1만4000명이다.
지금까지 국제학술지에 2600건의 논문이 게재됐으며, 특히 사이언스(9건), 네이처(8건), 셀(1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450건에 달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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