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내로 제재 수위 결정…국토부 "가장 엄정한 처벌" 예고
[더팩트|이민주 기자]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에 내려질 제재 수위에 관심이 모인다.
사고 원인 조사에서 '무단 구조변경'과 콘크리트 시공 품질 관리 부실 등이 드러난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 처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5일 국토부는 지난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을 '무단 구조변경'으로 결론 지었다.
국토부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전날(14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시공 과정에서 39층 바닥 시공 방법 및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도서와 다른 임의 변경이 이뤄졌다. PIT층에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해 PIT층 바닥 슬래브 작용 하중이 설계보다 증가했고, 하중도 중앙부로 집중됐다.
급기야 PIT층 하부 가설지지대(동바리)를 조기 철거하면서 PIT층 바닥 슬래브가 하중을 단독 지지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것이 1차 붕괴를 유발했다. 이후 건물 하부방향으로 연속붕괴가 이어졌다.
콘크리트 강도도 부족했다. 사조위가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시험 결과, 대다수 시험체가 설계기준강도의 85% 수준에 미달(17개 층 중 15개 층)했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했고 붕괴 등에 대한 건축물의 안전성 저하로 이어졌다.
또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의 역할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조위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공사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아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감리자는 발주기관에 제출된 '건축분야 공종별 검측업무 기준'과 다르게 작성한 검측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사조위 측 설명이다.
김규용 조사위 위원장은 "총괄적 책임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있고 하도급을 받은 재하도업체 가현건설도 책임이 있다"며 "설계 변경 사안에 대해 시공관리업체와 감리업체가 상호 확인 하에 시행했어야 하는데, 안 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고 두 달여 만에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엄정 처벌"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달 내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의 사고 원인을 면밀히 검토해 제재를 포함한 재발방지대책을 3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제재 수준은 검토 중이지만 사건이 중하고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가장 강력한 수준의 페널티(제재)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든 법규와 규정을 동원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광주경찰청 신축아파트 수사본부는 전날(14일) 업무상과실치사상·건축법·주택법 위반 혐의로 HDC현대산업개발 공사현장 안전관리책임자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들을 불러, 오는 17일 광주지법에서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현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근로자 6명을 사망,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본부는 관계자 진술과 압수한 자료·전문기관의 사고 분석 결과 등을 종합,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후 골조 하청업체 관계자, 현장 감리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까지 입건된 관련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직원, 하청업체 법인 관계자 등 19명이다.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최대 1년 8개월 영업정지 혹은 건산법상 최고 수위 처벌인 건설업 '등록말소'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국토부 조사에서 "총체적인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라는 결론이 나온 만큼 이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국토부에 따르면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시킨' 부실시공 업체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업 등록말소 또는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학동 붕괴 참사와는 케이스가 다르고 국토부에서도 엄정 처벌을 하겠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영업정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에 대한 주목도가 특히 높은 터라 통상적인 제재에 그친다면 '솜방망이 처벌' 비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처분 이후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추가 감정 요청 등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처분의 집행 시기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등록말소 처분까지 내려지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등록말소 제재를 위해서는 '공중의 위험을 발생시켰는지'를 봐야 하는데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의 피해는 없는 상황"이라며 "영업정지 처분이나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제재와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 "아직 모든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에 나온) 조사 결과도 최종이 아니라서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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