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공장 반도체 수급 여파로 가동 멈춰...손실 최대 4500억 전망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현지 생산기지 가동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모자라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대(對)러시아 수출을 중단하고 나서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자칫 양사의 현지 판매는 물론 국내 수출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두 회사의 손실이 최대 4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증권사 관측도 나와 있다.
2일 업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오는 5일까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다. 해당 공장은 연간 23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주요 생산기지다.
현대차 측은 생산 중단 배경과 관련해 "전 세계적 완성차 시장에서 지속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현지 공장의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공장은 지난해 말에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무관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갈수록 짙어지는 '러시아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가 러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일각의 우려 섞인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17만1811대를 판매해 10.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기아(20만5801대, 12.3%)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룹별 점유율로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22.6%로 르노그룹(33.8%)에 이어 2위다. 러시아 현지에서 판매되는 신차 5대 중 1대가 현대차 또는 기아차인 셈이다. 특히, 기아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지속해서 러시아 시장 내 수입 브랜드 1위를 유지하며 수년째 연간 판매량 20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러시아 시장 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 현지 판매량 가운데 40%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수출 물량 역시 부담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앞서 미국 상무부는 러시아 수출 통제 대상에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포함했다.
FDPR은 미국 외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및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도록 한 제재조항으로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 항목이 적용대상에 포함됐다.
만일 국내 기업들이 FDPR 예외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수출 제한은 물론 현지 공장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 같은 불안감은 회사 주가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지난달 28일 나란히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차의 최대 손실은 2000억 원, 기아는 2500억 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현대차와 기아가 탄탄한 내수 시장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러시아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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