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보리와 쌀 등 주정원료, 병뚜껑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근인
[더팩트ㅣ 박희준 기자]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60%로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오는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출고가를 7.9% 인상하기로 했다.하이트진로가 서민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국민주류인 소주가격을 올린 이유는 뭘까?
물류비와 공병취급 수수료, 제조경비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근본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거론된다.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과 병두껑 가격 인상이 그것이다. 소주업체들은 순도 95%의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제품을 생산한다. 주정이 없으면 소주를 만들 수 없고 병두껑이 없으면 소주를 만들어도 병에 담을 수 없다. 따라서 두 가지 핵심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니 하이트진로가 배길 수가 없는 것이다.
사정은 롯데칠성음료, 무학, 보해양조 등 나머지 업체에서도 똑 같다. 따라서 줄줄이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반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도 덩달아 올라 5000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18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격을 7.9%(85.4원) 올린다고 밝혔다. 360mL 병과 일부 페트병류가 대상이며 일품진로는 제외됐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소주 출고가격을 올린 것을 2019년 4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에 대해 하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공병 취급수수료, 제조경비 등 원가가 전방위로 크게 상승했다"면서 "지난 3년간 14% 이상의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해 소주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소주의 원부자재는 핵심원료인 주정, 병, 병뚜껑이다.
우선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 가격이 최근 10년 만에 인상됐다. 국내 소주업체들에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 4일 주정 가격을 평균 7.8% 올렸다.대한주정판매는 과세 주정은 200리터들이 한 드럼 가격을 종전 36만3743원에서 39만1527원으로 7.6%, 미납세와 면세 주정은 35만1203원에서 37만8987원으로 7.8% 올렸다. 대한주정판매는 진로발효 등 10개 국내 주정 제조사가 투자해 설립한 판매회사다.
대한주정판매는 곡물을 원료로 발효주정을 생산한다. 원료는 쌀과 보리, 쌀보리, 밀, 수수, 고구마, 타피오카 등 전분질 원료를 사용하는 데 최근 국제 밀값과 쌀값 등이 상승했다.
주정의 원료 중 하나인 밀 가격은 지난 1년간 20% 이상 올랐다. 미국 선물시장인 시카고거래위원회(CBOT)에서 밀 5월 인도분은 지난 17일 부셸당 7.98달러로 마감했다. 밀 선물가격은 올들어 3.55%, 지난 1년간 23% 이상 상승했다.
쌀시세도 올랐다. 베트남산 5% 도정 쌀 가격은 t당 400달러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태국산 5% 도정 쌀은 t당 407~415달러 수준이다.
병뚜껑 업체인 삼화왕관과 세왕금속 등은 이보다 앞서 지난 1일 소주 병뚜껑(ROPP 캡) 가격을 평균 16% 올렸다. 소주 병뚜껑은 고순도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그런데 국제 알루미늄 값이 껑충 뛰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현재 t당 3200달러 이상으로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 정부의 석탄화력 발전 제한, 유럽 가스 대란이 초래한 전력난으로 알루미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알루미늄은 생산 원가의 40%를 전기가 차지한다.
주류업체가 빈 병을 회수할 때 지급하는 취급수수료도 인상됐다.환경부는 지난 7일부터 빈용기 취급 수수료를 400mL 미만 술의 경우 30원에서 32원으로(도매 19원→20원, 소매 11원→12원), 400mL 이상 제품은 34원에서 36원(도매 22원→23원, 소매 12원→13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하이트진로의 출고가격 인상으로 일반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뒤를 이어 롯데칠성음료, 무학, 보해양조 등 다른 소주업체들의 소주 가격 줄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2015년과 2019년 소주 출고가가 인상될 때마다 식당에서는 인건비, 식자재 가격 인상분 등을 더해 병당 1000원씩 올렸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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