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승계·배임 의혹 논란…말 많고 탈 많은 '주지홍'에 불만 쌓인 소액주주들
[더팩트│최수진 기자] 사조산업이 내달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앞둔 가운데, 소액주주와의 대립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열린 임시 주총에서 소액주주 측 안건이 부결된 만큼 이번 주총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에서 이번 주총에 요구하는 핵심은 '배당금 인상'이다. 기존 200원 수준의 배당을 1500원까지 올리는 방향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시행하라는 주장이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주주대표 소송까지 불사할 계획이다. 편법 승계, 배임 논란 등 각종 구설에 휘말린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으로 인해 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을 더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조산업에서는 소액주주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회사의 미래와 투자 계획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당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사측과 소액주주간 갈등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한 달 남은 정기 주총…떨고 있는 사조산업, '소액주주' 대립 예상
19일 업계에 따르면 사조산업은 내달 말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최근 4년간 사조산업은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주총을 진행해온 만큼 올해는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인 3월 25일에 주총을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사조산업은 다음주 중으로 주주총회 소집공고 관련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사조산업이 여전히 소액주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사조산업을 대상으로 주주명부 열람을 청구하고, 배당금 상향 조정,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주총 현장에서도 언론 대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주명부 열람은 대주주에 맞서기 위해 소액주주를 결집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주요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액주주와의 대립은 사조산업에도 '아킬레스건(약점)'으로 작용한다. ESG 경영은 기업이 고객·주주·직원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뜻으로, 특히 '지배구조' 부문은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다. △의사결정 △기업구조 △책임경영 등에 대해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사조산업은 '지배구조' 항목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사조 3세(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 주지홍 부회장은 소액주주 측에서 가장 문제로 삼는 대상이다. 편법 승계 의혹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승계 작업을 위해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사조그룹의 지배구조 형태에 대해 기형적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룹 내 전산통합업무를 담당하는 '사조시스템즈'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사조산업 지분을 29.41%(2월 10일 기준) 확보했는데,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는 주지홍 부회장(39.7%)이다. 결국 '주지홍→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계열사'와 같은 형태로,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사조산업 위에 물류회사 사조시스템즈가 있는 옥상옥 구조다.
◆ 소액주주 "주지홍 적자, 우리가 떠안아…배당성향 안 높이면 소송할 것"
사조산업 소액주주 측은 오너일가가 주지홍 부회장의 경영권 확대를 위해 주주에 피해를 입혔고,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연대의 요구는 명확하다. 이사회에서 △배당금 200→1500원 상향 조정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를 이번 주총에서 원안대로 의결하라는 주장이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 17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 사조산업의 배당성향은 3%대"라며 "배당성향을 10~15%까지 올려야 한다. 다른 기업들은 주주친화 정책을 펼친다는 명목으로 선제적으로 배당성향을 20%, 30%까지 높이는 곳도 많다. 사조산업의 배당은 겨우 은행 이자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다.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 투자를 하는 건데 지금의 배당성향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다수의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배당금을 1000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있다. 사조산업과 함께 식품 산업으로 묶이는 삼양식품의 1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기준 1000원이며, 동원산업은 주당 5000원이다. 반면 사조산업의 배당금 변화 추이는 △200원(2020년) △150원(2019년) △250원(2018년) △200원(2017년) △ 150원(2016년) 등으로, 150~250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어 "주가가 오르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는데 배당은 더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배당성향을 높이지 않는다면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생각이다. 주주대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2015년에 캐슬렉스 칭따오 골프장을 흡수합병 시키며 손실 떠넘긴 것에 책임을 묻겠다. 주주의 돈으로 기업이 이 만큼 성장했으면 주주들에게도 그 몫을 나눠야 한다. 우리에게 다 주라는 게 아니라 오너일가는 본인들 몫만 가져가라는 것이다. 왜 주주 것까지 다 가져가려고 하냐"고 덧붙였다.
주주대표 소송은 경영진의 판단이 주주들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책임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또한, 송 대표는 주지홍 부회장의 승진과 경영 승계 문제도 지적했다. 송 대표는 "주지홍 부회장은 경영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며 "주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어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인 골프장 사업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나. '캐슬렉스 제주'는 장기간 적자를 보고 있어 자본잠식 상태다. 2015년 흡수합병 전 캐슬렉스 제주의 자회사였던 '캐슬렉스 칭따오' 역시 적자였다. 자회사의 적자를 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캐슬렉스 제주의 지분 비율은 주지홍 부회장 49.5%, 사조시스템즈 45.5% 등이다.
이어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식품부문을 총괄하기로 했다는데 사조의 식품부문은 사조에서 제일 안정적인 사업"이라며 "사조의 사업부문은 크게 △골프 △식품 △수산 등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식품 사업은 기반이 제일 탄탄하다. 또, 전문 경영인들이 꾸준히 사업을 키우고 있어서 주 부회장의 역할은 크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저조한 주가 문제도 지적하며,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통해 주주 권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사조산업 주가는 너무 저평가된 상태"라며 "주가가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하락세가 지속되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32년 전 공모가가 1만9000원인데, 여전히 5만 원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조산업에 투자하는 주주들은 식품만 보고 하는 게 아니다. 사조산업이 부동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아느냐. 캐슬렉스 서울의 부지만 56만 평(184만8000㎡)이다. 서울 강남 근처에 이런 대규모의 부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 부동산 시세로만 봐도 적정주가는 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주주들을 위해 움직이라고 요구해서 사조산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IR을 시작했다"며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알맹이가 없다. 보통 기업에서 사업의 경쟁력을 시장에 어필하고, 주가를 띄우기 위해 IR을 하는데, 사조산업 IR에는 이런 내용이 부각되지 않는다. 일부 사업은 힘들다는 등 매우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런 IR은 전혀 주주친화적인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 사조산업, '주주 외면 기업' 낙인찍힐까…논란 중심엔 '주지홍 부회장'
현재 사조산업은 주지홍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1년째 소액주주와 마찰을 빚고 있다.
문제의 시발점은 2020년 말 '골프장간 합병 발표'다. 사조산업이 지분 79.5%를 보유하고 있는 캐슬렉스 서울은 사업 부진으로 누적적자가 커지고 있던 캐슬렉스 제주를 흡수 합병하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사조산업에서 적자 기업을 굳이 합병할 이유가 없는데, 오너일가인 주지홍 부회장에 이익을 주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캐슬렉스 서울에 대한 지분이 없는 주지홍 부회장이 캐슬렉스 합병 법인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적자 상태인 캐슬렉스 제주를 사조산업에 흡수 합병시키고, 이를 통해 주지홍 부회장의 승계 발판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액주주 측은 주주에게 실익이 없는 합병을 반대했고, 사조산업은 배임 논란이 심화되자 결국 합병을 철회했다.
현재 사조시스템즈는 꾸준히 사조산업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지홍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는 이달 3일, 7일, 8일에 걸쳐 장내매수 방식으로 1만3124주를 매입했다. 사조시스템즈의 지분 비율은 29.41%다. 배임 논란 이전인 2020년 9월 사조시스템즈 지분(26.12%) 대비 3.29% 늘어났다. 오너일가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지분을 추가 매입,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주지홍 부회장과 관련된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소액주주 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에서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사조산업은 전자위임장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며 "전자위임 제도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자 위임을 통해 진행돼 굳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동일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전자투표제를 검토할 수 있지만 도입 여부에 따라 주주들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못한다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배당금 상향도 적정 수준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배당과 관련해서는 아직 주총 전이기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말하기 곤란하지만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배당을 높이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라 종합적인 모든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이익이 발생한다고 곧바로 배당을 높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액주주들의 요구도 고려해야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투자 비용과 사업 계획 등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회사는 앞으로 더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당장 수익을 다 배당할 수는 없다.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사회 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조그룹 관계자는 "주주들께서 많은 기대가 있다는 걸 우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IR도 지난해부터 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설명할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설명하겠다. 그 밖에도 정책과 관련해 요구사항이 있다면 그때그때 검토하고 실현가능성을 따져 수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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