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규 HDC현산 대표 자필사과 "다시 뛸 것"
[더팩트|이민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따냈다.
지난달 발생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아이파크 보이콧'이 확산하는 속에서도 시공권을 따낸 HDC현산이 재기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일 열린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관양 현대아파트(관양 현대) 재건축조합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투표에는 조합원 959명 중 966명이 참여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중 509표를 얻었다.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일대 6만2557㎡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2층, 공동주택 15개 동, 1305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4174억 원이다.
지난해부터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이 아파트 재건축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설계와 관련된 내용을 대외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22일 열린 홍보 설명회에 해외 설계사인 스캇 사버 SMDP 대표가 직접 참여해 관양 현대에 적용할 특화 설계에 대해 설명했다. SMDP는 국내에 이름을 많이 알린 미국 건축설계회사로 정비사업 특화설계를 맡고 있다.
롯데건설은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에 '시그니처 캐슬'을 제안했다. 시그니처 캐슬은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과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의 중간 브랜드로 이번에 처음 도입될 예정이었다.
롯데건설은 안양시 최초로 해외사의 설계를 도입해 '시그니처 캐슬'만의 독창적인 외관을 선보여 지역의 대표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외관 디자인은 도쿄 롯본기힐스 등 세계 각지의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수행한 저디(JERDE)사가, 구조 설계는 '롯데월드타워’ 등을 설계한 쏜튼(Thornton)사가 맡을 예정이었다.
롯데건설은 또 안양 최대 규모 134m의 '스카이 브릿지'를 조성해 구조적 안전성과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스카이 브릿지'는 4개의 랜드마크동을 연결해 조성한다.
입주민을 위한 럭셔리 커뮤니티 조성도 약속했다. 인피니티 풀, 스카이워크, 피트니스클럽, 실내골프클럽, 다목적 체육관, 실내 다이나믹풀, 서라운드 도서관, 소셜다이닝, 골든케어 라운지, 아이돌봄센터 등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이외에도 기둥식 구조로 모든 동을 설계해 층간소음 문제를 최소화하려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붕괴 사고' 이전까지 관양 현대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업계에서도 당초 이 재건축 사업을 HDC현대산업개발이 따낼 것으로 점쳐왔다. 지난달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아이파크 보이콧'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롯데건설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되는듯 했지만 결국 조합원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내놓은 파격적 공약이 승기를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관양 현대 재건축 조합에 7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SPC 2조 원, 사업추진비 세대당 7000만 원 지급 △안양 시세 평당 4800만 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대물변제 통한 조합원 이익 보장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매월 공사 진행현황 및 외부 전문가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
거듭된 HDC현대산업개발 측의 사과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양 현대 조합원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전 사고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를 높이 샀다.
지난달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관양 현대에는 '현대산업개발 제발 떠나달라',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게 맡길 순 없다' 등의 현수막이 붙었다. 그러자 HDC현대산업개발도 곧바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며 호소했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자필 사과문을 보내 "조합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전이 이후의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두 회사 모두에게 중요한 결과였다"며 "애초 HDC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아파트고 (조합원들이) 현대라는 이름, 아이파크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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