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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물적분할' 비판 한목소리…PEF 운용사 불똥 튀나

  • 경제 | 2022-02-02 00:00

'쪼개기 상장' 논란 지속…모기업 주주들 '도탄지고'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회사의 소액 주주를 보호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회사의 소액 주주를 보호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윤정원 기자] 대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분할해 별도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과 금융 업계에서도 쪼개기 상장에 대한 규제책을 예고한 가운데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혹여나 불통이 뛸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PEF 운용사들은 그간 기업들의 분할 직후 초기단계에 투자를 진행, 이후 IPO(기업공개)로 투자금을 회수해 왔다.

◆ LG에너지솔루션, 화려한 코스피 데뷔…LG화학 소액주주는 '분통'

최근 물적 분할 이후 상장으로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건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이다. 임인년 IPO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에 발을 들인 지난달 27일 LG화학 주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을 물적 분할해서 설립된 회사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이날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8.1% 하락한 61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0만5000원까지 빠지면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증권가에서도 LG화학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나섰다. 지난달에만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SK증권·하이투자증권·현대차증권·BNK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가 LG화학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7개 증권사가 내놓은 LG화학의 평균 목표주가는 종전 109만1400원에서 91만4200원으로 낮아졌다. 목표주가를 가장 크게 끌어내린 곳은 SK증권이다. SK증권은 110만 원이던 목표주가를 84만 원으로 23.6% 내렸다.

현대중공업그룹도 현대삼호중공업을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현대삼호중공업의 IPO를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달 18일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국내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올해 예정대로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완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POSCO(포스코)도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확정 지으며 일부 소액 투자자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소액 투자자들은 물적 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과 자사주 소각 계획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분할안이 승인됨에 따라 기존의 상장 법인은 포스코홀딩스라는 새 이름의 투자형 지주사로 변신하게 된다. 지주사가 100% 지분을 갖는 철강 사업 자회사가 포스코 사명을 사용한다. 지주사와 자회사는 오는 3월 2일 출범한다.

세아베스틸 또한 지난달 20일 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추진한다고 공표했다. 투자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세아베스틸지주 산하에 특수강 제조 등을 영위하는 세아베스틸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세아베스틸 측은 지주회사 전환 배경에 대해 경영 효율성 제고, 기업 가치 재평가 등을 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공표 당일 세아베스틸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83%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7일 공모가(30만 원)의 약 2배 수준인 59만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며 코스피에 입성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7일 공모가(30만 원)의 약 2배 수준인 59만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며 코스피에 입성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 정치권‧금융당국, 주주 보호책 예고…신주인수권 주어지나

물적 분할 이후 상장 등에 대한 비난이 거센 가운데 현재 유력 대선주자들은 모회사의 소액 주주를 보호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회사가 물적 분할 후 상장 시 신주를 모회사 주주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등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또한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도 물적 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작년 12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는 물적 분할 이슈에 대해 법적인 부분에서도 다각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또한 지난달 2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물적 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상장,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물적 분할 심사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물적분할과 중복상장 문제를 자본시장 내 불공정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은 만큼 업계에서는 관련 규정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PEF 운용사들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물적 분할로 탄생한 기업들이 PEF 운용사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후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도 적잖다. 카카오뱅크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이 대표적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업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설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티저레터(투자설명서)를 보내는 곳이 국내외 대형 PEF 운용사"라며 "물적 분할과 IPO가 PEF 운용사의 생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향후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어느 정도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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