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현장 경영으로 해외 방문 가능성 커…행선지도 관심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설 연휴 기간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명절 현장 경영'을 재개할지 주목되고 있다. 해외 출장이 현실화될 경우 인수합병(M&A) 기대감 등으로 인해 행선지 또한 재계 안팎의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설 연휴 기간을 활용해 해외 출장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이 다음 달 3일 휴정하면서 장기 출장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가석방 신분과 재판 출석 등 온전히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이재용 부회장이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재계에서는 현장 경영 관련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시간적 여유만으로 해외 출장설이 제기되는 건 아니다. 사례가 적지 않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 주요 사업을 챙기곤 했다. 2020년 설 연휴엔 중남미를 찾아 현지 공장 등을 점검했고, 2019년 설과 추석엔 각각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 등을 방문한 바 있다. 2016년 설 연휴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의 미팅을 위해 미국을 찾았으며, 같은 해 추석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접견했다.
지난해 8월 가석방 후 첫 명절이었던 추석 연휴에는 국내에 머물렀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초 미국 출장을 추진하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택에 머물며 사업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설 연휴에 해외 출장에 나선다면 2022년 첫 현장 경영이 이뤄지는 것이자, 멈춰 있었던 '명절 현장 경영'이 재개되는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뉴 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출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 복귀 이후 미국·중동 출장을 통해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동시에 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신사업 기회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 등의 메시지를 내며 '뉴 삼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위기를 겪거나 새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시기에 직접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을 확대하며 실행력을 높이는 등 책임경영을 펼쳐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설 연휴 출장이 이뤄진다면, 행선지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승진하며 경계현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게 된 한종희 부회장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 현장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대형 M&A를 예고한 터라 이재용 부회장의 움직임이 M&A 관련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M&A 대상으로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언급돼왔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설 연휴 출장지로는 유럽이 지목되고 있다. M&A 관련 논의뿐만 아니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네덜란드 ASML 등 주요 장비사들과 관계를 확인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종희 부회장이 'CES' 직후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 것도 이재용 부회장의 유럽 출장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이외에도 당초 중국도 유력 출장지로 꼽혀왔다. 최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산하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하는 등 중국 내 경쟁력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현지 코로나19 상황 등도 고려해 출장지를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국내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일정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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