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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수입 454만 원"…전문직도 하는 오픈런 대행 알바

  • 경제 | 2022-02-02 00:00

롤렉스 품귀 현상에 줄서기 대행 알바 성행

지난달 2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롤렉스 오픈런 풍경. 평일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벽을 따라 길게 줄지어 있다. /신정인 인턴기자
지난달 2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롤렉스 오픈런 풍경. 평일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벽을 따라 길게 줄지어 있다. /신정인 인턴기자

[더팩트|신정인 인턴기자] #해외에서 왕진 한의사로 일했다고 주장하는 류 모씨(31)는 2년 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급히 귀국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정적이지 않은 수입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우연히 줄서기 대행업체인 '오픈런 갓바타'를 알게 됐고, 부업삼아 이곳에서 일하며 짭짤한 수익을 얻고 있다고 했다.

◆ "오늘이 제일 싸다"

가격 기습인상을 거듭하는 롤렉스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불변의 명언(?)이다. 이에 더해 롤렉스의 1인당 구매 개수 제한과 고객 수요에 한없이 못 미치는 물량 상황으로 국내 매장에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인기 제품을 사수하기 위해선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오픈런이 필수가 됐으며 자연스레 리셀가도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픈런을 진행할 여력이 안 되는 일반 소비자들과 리셀러들을 중심으로 줄서기 대행 알바의 수요가 높아졌고, 급기야 줄서기 대행업체들까지 탄생하게 됐다.

줄서기 대행업체가 돌아가는 방식은 간단하다. 대표가 고객에게 의뢰받은 오픈런 일정을 단톡방에 공지하면 대기가 가능한 직원이 지원한다. 이후 현장에 나간 직원은 도착 인증샷을 올리고 약속한 시간만큼 줄을 선다. 매장 개점 시간이 가까워지면 의뢰인이 나타나고, 직원은 교대한 뒤 수당을 받으면 된다.

이로써 직원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고, 대행업체는 의뢰인과 직원 사이를 중개하며 수수료 수익을 창출한다.

지난달 2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롤렉스 오픈런 풍경. 전날 저녁부터 대기 중인 대기번호 1번(주황색 텐트)부터 5번(노란색 텐트)까지 주로 텐트나 간이 의자를 이용하고 있다./신정인 인턴기자
지난달 2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롤렉스 오픈런 풍경. 전날 저녁부터 대기 중인 대기번호 1번(주황색 텐트)부터 5번(노란색 텐트)까지 주로 텐트나 간이 의자를 이용하고 있다./신정인 인턴기자

류 씨는 "최근 두 달 동안 한 달에 20일씩 총 40일 정도 대기 대행을 했다. 하루에 8시간 일하면 10만 원 가량 떨어진다"며 "(월 수익은) 평균 250만 원 정도이며 못해도 200만 원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는 이 일에 대해 주위 지인들이 '이게 뭐냐'며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이었다"며 "이제는 직접 오픈런을 하는 지인들도 생기면서 다들 그러려니 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로 대기 대행 서포터 7개월 차에 접어든 만큼 노하우도 생겼다. 류 씨는 "장시간 대기하다 보니 보조 배터리나 핫팩은 필수고 텐트나 간이 의자를 챙기기도 한다"며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보거나 앞뒤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고 설명했다.

카페 알바부터 '고강도 저임금'으로 알려진 택배 상하차까지 안 해본 알바가 없다는 그는 줄서기 대행을 최고의 알바로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힘도 안 들고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피곤할 땐 언제든 잠도 잘 수 있다"며 "무엇보다 업무 강도에 비해 시급이 높다. 겨울처럼 날씨에 구애받는 부분만 빼면 정말 좋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앞으로 계속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류 씨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서 해외로 다시 나가기 전까진 쭉 하고 싶다"고 답했다.

줄서기 대행업체 직원이 샤넬 오픈런 대기장소에서 줄을 서고 있다. /김태균 대표 제공
줄서기 대행업체 직원이 샤넬 오픈런 대기장소에서 줄을 서고 있다. /김태균 대표 제공

지난해 7월 공식 개점한 '오픈런 갓바타'는 국내 최초 줄서기 대행업체다.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으로 오픈런 현상이 치열해지면서, 해당 업체의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는 매월 전월 대비 20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11월에는 경쟁 대행업체와 줄서기 대행을 금지하는 일부 명품 지점들로 인해 잠시 주춤했으나, 12월부터 다시 올라 매출액 1500만~2000만 원을 찍었다.

김태균 대표는 "이번 달 매출액은 3000만 원 정도로 예상한다"며 "전월보다 150~200% 정도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대기 대행 직원들은 주로 20·30대이며, 남녀 성비는 6:4 정도 비율이다. 김 대표는 "현재 직원은 97명 정도인데 부업으로 하는 분들이나 취업 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평균 시급은 1만2000~1만6000원 사이로, 시간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최소 대기 대행 시간은 오전 7시부터 9시 반까지 총 두시간 반으로 수당은 4만 원이다. 최대 대기 대행 시간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30분까지 총 23시간 30분이며 수당은 29만2000원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수당을 제일 많이 받은 직원이 원천세 떼고 월 454만 원을 벌었다"며 "한 달에 2~3일밖에 안 쉬고 장기 근무만 계속 지원한 경우"라고 말했다.

김태균 대표가 롤렉스 매장 앞에서 손으로 인기 제품을 가리키고 있다. /김태균 대표 제공
김태균 대표가 롤렉스 매장 앞에서 손으로 인기 제품을 가리키고 있다. /김태균 대표 제공

현재 이 대행업체는 명품 브랜드 중 샤넬과 롤렉스만 오픈런 대행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중 롤렉스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남성 고객의 90%, 여성 고객의 70% 정도가 의뢰하고 있다. 그는 "고객의 연령층은 30대가 가장 많다"며 "간혹가다 자식 결혼 예물을 구하기 위해 요청하는 어르신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 고객들이나 임산부 고객들의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처럼 명품 구매가 불가능한 분들이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igh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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