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롯데 제주점서 철수 결정…시내면세점 매장 전부 철수할 가능성도
[더팩트│최수진 기자] 면세업계가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2년째 시름하는 가운데, 최근 시내면세점을 중심으로 명품 이탈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어서다. 올해 공항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루이비통, 시내면세점서 빠진다…'롯데'서 첫 결정
14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하이엔드급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최근 롯데면세점 제주점에서의 매장 운영을 중단했다.
제주점은 롯데면세점이 보유한 시내면세점 중 한 곳으로, 현재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에 지점명이 남아있긴 하지만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등은 사라진 상태다. 같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신라면세점 제주점' 루이비통 매장 연락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롯데면세점 측은 루이비통이 매장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현재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전체 영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루이비통 매장 또한 지난 1일부터 영업을 임시 중단한 상태이다. 다만, 최종 철수 여부와 관련해서는 브랜드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롯데면세점과 루이비통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루이비통은 제주점에서의 매장을 완전 철수하고 더이상 운영하지 않게 된다. 롯데면세점은 고객 편의 등을 고려해 루이비통이 나간 자리에 빠르게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시켜야 한다.
업계에서는 루이비통이 매장 운영의 효율성, 브랜드 이미지 보호 등을 고려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제주면세점 롯데점은 시내면세점 중에서도 매출이 저조한 지점에 해당한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코로나19 직후 매출의 90% 이상 급감하며 실적이 악화됐고, 현재도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만큼 매출 회복세는 더딘 상황이다. 이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실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면세점 매장 유지비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브랜드의 경우 면세점에 별도로 제공하는 판매 수수료나 임대료는 없으나 인력 고용에 따른 인건비가 발생한다. 직원의 경우 브랜드 측에서 고용하는 만큼 이 비용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이궁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 우려도 루이비통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있다. 다이궁은 한국에서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중국에서 재판매하는 보따리상으로, 이들은 면세점에서 주로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해 현지에서 판매한다. 이렇게 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어 이를 제고하기 위해 입점 전략을 수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 '코로나19 장기화'에 '명품 이탈'까지…올해 분위기 반전 가능할까
문제는 명품의 이탈이 롯데면세점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6월 글로벌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의 대응 전략으로 '시내면세점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글로벌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 역시 "루이비통이 한국에서 시내 면세 사업 다수를 점진적으로 철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루이비통은 여전히 면세 사업에 전념하고 있으나 중국 내 면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달(2021년 5월) 한국 면세 사업자들에게 철수 계획을 설명했고,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사업자들이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루이비통이 롯데면세점 제주점을 시작으로 올해 다수의 사업장을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루이비통은 현재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에 입점한 상태며, 지역별로 △서울 4곳 △제주 2곳 △부산 1곳 등 총 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면세시장의 매출은 1조7629억 원이다. 월매출 '1조 원'이 무너지며 최저점을 찍은 2020년 4월(9867억 원) 대비 2배 이상 회복됐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실제 2019년 면세시장의 연매출은 24조8586억 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15조 원 수준으로 약 10조 원 급감했다.
루이비통이 시내면세점을 전면 철수할 경우 면세 사업자의 실적에도 타격이 생긴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공항면세점의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내면세점까지 브랜드 경쟁력이 낮아질 경우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 사업에서 명품의 입점 여부는 기업의 이미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면세점의 경쟁력은 MD(상품기획)이고, 그중에서도 명품은 업장의 고급화에 도움이 되고 고객 유치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브랜드다. 그렇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의 철수 결정은 타 브랜드보다 타격이 크다. 지켜봐야겠지만 시내면세점 철수 결정이 확대된다면 우리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ny0618@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