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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다 맞았는데…" 대형마트 방역패스 의무화에 어르신 '좌절'
지난 10일부터 대형마트의 방역패스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고객이 입장을 대기하거나 입장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역=최수진 기자
지난 10일부터 대형마트의 방역패스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고객이 입장을 대기하거나 입장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역=최수진 기자

10일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현장서 직원과 고객간 마찰도 발생

[더팩트│서울역=최수진 기자] "이 근처에 살고, 어제도 여기 들려서 장을 봤는데 갑자기 오늘은 왜 못 들어간다는 거냐. 우유 하나만 사려고 하는데 그냥 좀 보내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도 두 번 맞았다. 내가 지금 휴대전화도 스마트폰이 아니라 뭐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제대로 알려주든지, 여기서 뭔가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대형마트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방문한 배모 씨(78)는 취재진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생계와 밀접한 공간인 대형마트에서 왜 방역패스 의무화를 하고, 고객의 출입을 막냐는 주장이다.

대형마트는 정부 지침에 따라 이날부터 방역패스를 의무화했다. 그간 규모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는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아니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자 롯데마트, 이마트 등도 의무화 대상에 신규로 지정됐다. 고객은 접종증명 또는 음성확인제(방역패스)를 현장 직원에 보여야 입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매장 오픈 직후부터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팩트> 취재진이 10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1시간가량 현장을 지켜본 결과, 백신패스 의무화에 항의하거나 출입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다수는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70대 이상의 장년층으로 나타났다.

규모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는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아니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자 롯데마트, 이마트 등도 의무화 대상에 신규로 지정됐다. /서울역=최수진 기자
규모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는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아니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자 롯데마트, 이마트 등도 의무화 대상에 신규로 지정됐다. /서울역=최수진 기자

방역패스를 인증하지 못해 입장을 포기한 60대 김모 씨는 "여기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곳 아니냐"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여기 못 들어가서, 못 먹어서 죽겠다. 근처에 마트가 없어서 여기까지 지하철 타고 왔는데 너무 황당하다. 접종도 다 했는데 증명서가 없어서 이렇게 됐다. 의무화한다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계도기간이라 입장 가능한 줄 알았다. 마트 와서 누가 마스크 내리고 사람들과 접촉하나. 전부 다 떨어져서 필요한 것만 사고 나가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국적의 장모 씨(40)는 "이런 방식의 방역패스 의무화는 반대한다"며 "마스크를 잘 쓰고 예방하는 게 중요한 거지 무조건 의무화는 아니라고 본다. 이 근처에 살고 한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해서 한국 문화를 잘 알지만 이건 문제가 많다. 나는 괜찮다. 백신 맞으라면 맞고, 지침대로 따르면 된다. 그런데 내 아이는 어떻게 하나. 미접종 자녀가 있는데 마트에 올 때마다 어디 맡겨야 하는가. 맡길 곳도 없다. 아이도 마트 방문 때마다 PCR 검사를 해서 음성 증명서를 챙겨야 한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마찰이 발생하자 직원들도 난처해했다. 현장 안내 직원이 고객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나왔다. 현장의 안전요원은 방역패스 증명 없이 입장을 시도하는 고객을 저지하고 "접종하셨다는 증명서를 보여주셔야 입장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으나 실랑이가 지속되자 결국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정부의 지침이라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방역패스를 보여주셔야 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반면 방역패스 의무화에 찬성하는 고객도 존재했다. 50대 최모 씨는 "이 근처에서 일하는데 사려는 게 있어서 잠깐 들렸다"며 "오늘부터 의무 시행한다는 내용은 뉴스로 봐서 이미 알고 있었고, 입장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울시 전체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나. 마트에도 방역패스를 의무화해야 하고, 정부의 결정에 찬성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몰릴 경우 때에 따라 입장 대기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서울역=최수진 기자
고객이 몰릴 경우 때에 따라 입장 대기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서울역=최수진 기자

마포구에 거주하는 50대의 윤모 씨 역시 "오랜만에 서울역점에 들렸는데 입구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보여줘야 하는 것도 많다 보니 시간도 한참 걸리고 번거롭다"면서도 "방역패스를 의무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어쨋거나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는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편하다고 예외를 둘 수는 없지 않나. 마트뿐 아니라 모든 곳에 의무화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언급했다.

고객이 대기하는 불편함도 존재했다. 롯데마트는 특정 시간대 고객이 몰려 입구가 혼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내 직원을 3명 이상 상시 대기하도록 조치했지만 때에 따라 고객이 5분 이상 대기하는 상황도 나왔다. 현장 직원이 고객의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만큼 나중에 들어온 고객이 앞 순서의 고객 입장을 기다리면서 대기줄이 발생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16일까지 일주일의 계도기간을 두는 만큼 이번 주에는 실시간으로 개선점을 파악해 17일부터는 현장에서 고객의 불편함이 없도록 실시간으로 현장 대응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장에서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이번 주 내로 적극 수정해나갈 계획"이라며 "현재는 방역패스 의무화와 관련해 입구에 작은 안내문만 있으나 고객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입구에 방역패스 의무화를 한다는 내용의 입간판이나 배너 현수막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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