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소송전 비화…입주 지연부터 '일부 철거' 우려까지
[더팩트|이민주 기자] 조선 왕릉 '김포 장릉' 앞 아파트 단지 공사가 재개됐지만, 입주민들의 우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법원이 입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해 시공사 측의 공사 중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문화재청은 여전히 "위법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길어질 조짐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광이엔씨(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금성백조)은 지난 10일 일명 '왕릉 아파트' 공사를 재개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에 따라 지난 9월 30일 공사를 중단한 바 있다.
양사는 최근 일명 '왕릉 아파트'를 둘러싸고 문화재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는 대방건설의 '디에트르 에듀포레힐'과 금성백조 '예미지트리플에듀', 대광건영 '대광로제비앙' 등이다. 대방건설은 20층 높이의 1417가구, 금성백조는 25층 1249가구, 대광건영은 20층 735가구 규모로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다. 위치는 경기 김포시 장릉 인근이며 내년 입주가 예정돼 있다.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로 인해 김포 장릉 정남 쪽의 계양산이 가려진다며 지난 9월 전체 44개 동 중 19개 동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김포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로, 인조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반경 500m 내에 20m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3개 건설사가 문화재 반경 내에 건물을 지으면서도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지 않고 공사에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설사들은 행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고 주장한다. 대방건설·금성백조·대광건영은 지난 2014년 인천도시공사와 서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고 토지를 매입했다. 문제는 3년 뒤인 2017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이 사전 심의를 받도록 변경된 것이다.
건설사는 지난 2014년 이미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추가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재청은 택지개발사업과 주택건설사업에 대한 현상변경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은 곧바로 왕릉 아파트 공사 중지 명령을 냈고,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는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으로 맞대응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이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사가 재개됐지만 입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양측이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나선 만큼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다. 여기에 언제든 다시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결과에 따라 아파트 일부나 전부를 허물어야 할 수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10부는 지난 10일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에 대한 대광건영과 금성백조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하루 전(9일) 제3차 합동심의를 통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기 건립된 건축물(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받은 후 재심의하는 것으로 보류했다"고 밝혔다.
금성백조와 대광건영은 지난 9월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의 위법성과 관련한 본안소송을 제기했으며, 각각 내년 1월과 3월 소송 절차를 시작한다. 또 왕릉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김포 장릉 피해 입주 예정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회를 열고 있다.
향후에 다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입주민들의 대출이 중단될 위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왕릉 아파트 중도금대출 취급 금융기관 중 일부는 오는 20일까지 공사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공사가 재개되면서 위기를 넘겼으나 불안함은 여전하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입주까지 공사를 마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재중단될 경우 입주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성백조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공사의 60%를 완료했으며, 잔여공사 일정은 6개월이다.
금성백조 측은 "연내에만 공사가 재개되면 (완공까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입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분양 일정 등) 변동 없게 하겠다"며 "일부 언론에 나온 대출 중단 등의 내용은 사실 아니다. 6회차 중도금 지급일 전에 공사가 재개되면서 대출도 중단 없이 나왔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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