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부회장 후임 주목…과감한 인재 발탁 이어질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취임 후 네 번째 임원 인사에 나서는 구광모(43) LG그룹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그룹 2인자인 권영수(64)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주요 경영진에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나이와 성별, 출신에 상관없이 과감히 발탁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구광모식' 인사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지주사 ㈜LG는 지난 10일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통해 구광모 회장이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고 알렸다. 이는 공동 대표를 맡았던 권영수 부회장 사임에 따른 것으로,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 1일 LG 배터리 사업을 책임지는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권영수 부회장의 역할이 달라지면서 LG그룹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 대한 주목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는 LG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권영수 부회장 후임은 이르면 이달 말 단행되는 임원 인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벌써 후임자와 관련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후임 지주사 COO 후보군으로는 신학철(64) LG화학 부회장, 차석용(68) LG생활건강 부회장, 권봉석(58) LG전자 사장, 권순황(63)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장 사장, 정호영(60) LG디스플레이 사장, 홍범식(53) ㈜LG 경영전략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홀로서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은 2018년 말 구광모 회장 첫 인사를 통해 외부에서 영입된 경영진이다. LG화학의 호실적 달성은 물론, 배터리 사업 분사와 주요 사업 재정비 등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7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은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차석용 매직' 신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최장수 CEO다.
2019년 말 인사에서 LG전자 사령탑에 오른 권봉석 사장은 LG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 전반을 경험, 기술과 마케팅, 현장 감각까지 갖춘 전략가로 통하며 CEO로서 LG전자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1984년 입사해 해외 사업을 주로 책임진 권순황 사장은 국제적 시야가 넓고 경영 관리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권봉석 사장과 권순황 사장은 과거 구광모 회장의 상무 시절에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1984년 LG전자에 입사한 정호영 사장은 LG전자 영국 법인장과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COO를 지내는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베인앤컴퍼니 출신 홍범식 사장은 순혈주의가 강했던 LG에 새로운 변화를 꾀한 인물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로,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을 도와 그룹 차원의 성장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보군 중에서 실제로 새로운 ㈜LG COO가 나온다면 올해 LG그룹 인사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핵심 경영진 자리가 또 공석이 되며 후속 인사가 불가피하다.
LG그룹의 임원 인사와 관련해 부회장 자리가 추가로 채워질지도 관심사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세대교체 과정에서 기존의 부회장 6인이 주요 계열사 수장을 맡는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현재는 '3인 부회장단'이 그룹 내 어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LG그룹의 인사는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구광모 회장은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대거 중용했으며, 그룹 내부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순혈주의를 타파했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가 확대된 신사업 위주로 과감한 인재 발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구광모식 인사의 주요 특징인 성과주의,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역량 보강도 충분히 예상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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