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은 고용시장 회복 판단 후 결정할 듯
[더팩트 | 박희준 기자]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단계 자산 매입축소)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제거됐다. 이제 남은 것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다. 전문가들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의 고용시장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곧 지난달 4.8%를 기록한 미국의 실업률과 임금상승률만 보고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넘겨짚지 말고 고용자 숫자의 회복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시장은 미국 노동부가 5일(현지시각) 발표할 고용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다.
Fed는 3일(현지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동결 (0.0~0.25%)하고 11월 말부터 달마다 150억 달러의 순자산 매입을 줄여나가겠다고 발 표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시작이 금리 인상의 직접적 신호는 아니며 고용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면서 테이퍼링과 금리 정책을 구분지었다. 파월 의장은 "내년 2~3분기께 물가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지만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확산과 공급망 개선 시점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며 장기 물가 상승을 경계했다.
그는 특히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 고용시장도 기존 예상과 달리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경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현재 실업률이 노동시장 회복세를 과도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봤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고용시장 추이를 보고 기준금리 인상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지표상으로는 아주 개선됐지만 내용은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45만 명 늘어나고,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린 4.7%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또 시간당 임금은 전년 동기에 비해 4.9% 상승하면서 9월 상승률(4.58%)보다 상승 폭이 커졌을 것으로 내다봤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이를 상품가격에 반영할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주 발표된 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4.4%나 올랐다. 같은 기간 근원 PCE 가격 지수도 3.6% 치솟으면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이 때문에 Fed의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이날 10월 민간 고용이 57만1000건 증가했다고 밝혀 미국 고용시장 개선에 무게를 실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기대치 40만 건을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미국 노동부가 5일 발표할 고용보고서가 Fed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줄 변수로 등장했다.
그럼에도 이는 겉만 보는 것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9월 4.8%로 대단히 양호하지만 고용시장 내실을 따져보면 취약성이 드러난다. 미국 취업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가야할 길이 멀다. 우선 실업자가 770만 명으로 코로나19 발생이전인 2020년 2월 570만 명에 비해 많다. 둘째 27주 이상 실업상태인 장기실업자가 지난 9월 270만 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34.5%나 된다. 지난해 2월 160만 명에 비해 110만 명 이상 많다.셋째 경제활동참가율이 61.6%로 2020년 2월보다 1.7% 낮다.
미국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지난 9월 19만 4000명 늘어나는 등 올들어 월평균 56만 1000만 명이 증가했고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해 4월 이후 1740만 명이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는 코로나19 발생이전인 2020년 2월에 비하면 3.3%, 500만 명이나 감소한 것이라고 미국 노동부는 밝혔다.
Fed가 최근 인플레이션 원인이 타이트한 노동시장에 따른 임금 상승보다 공급 병목 현상과 공급 부족, 아주 강한 수요에 따른 것이라면서 임금상승이 당장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도 이런 점들을 두루 살핀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투자의 전규연 연구원은 4일 매크로 코멘트 보고서에서 "결국 인플레이션과 완전고용 사이에서 리스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내년 연준위원들의 과제가 될 듯 하다"고 평가했다.
전 연구원은 운송비용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은 내년 상반기에 점차 완화될 것이며 장기 물가가 예상 경로 안에서 움직인다면 Fed는 고용 회복을 꾀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인상 시점은 2022년 말~2023년 초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날 경제분석 자료에서 "향후 정책 정상화 속도는 물가 경로에 달려있을 전망"이라면서 "물가 안정을 전제로 Fed의 선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Fed는 내년 6월까지 예정된 테이퍼링을 마친 뒤 완전고용 등 경제에 대한 충분한 진전을 확인할 수 있는 2022년 12월에 첫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의 금리인상은 고용에 달려있는 셈이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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