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의도적으로 수사 축소·지연하는 것 아니냐"
[더팩트|윤정원 기자] 양우건설이 수백억 원대 명의대여 및 불법 중도금 대출을 진행했다고 주장 중인 시민단체들이 경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공정산업경제포럼과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등 시민단체들은 양우건설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을 위반(사기 혐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은 고삼상 양우건설 대표이사를 비롯한 양우건설 임직원 4명이 허위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해당 사건은 영등포경찰서로 이관됐으며, 조합 측은 지난 7월 고발인 조사에서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수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은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3월 '경찰의 고소‧고발사건 수사 지연 및 진행상황 미통지 방지' 제도개선과 관련해서 관련 규정 위반 시 징계·성과평가 반영 등 실질 이행방안 마련토록 경찰청에 권고한 바 있다. 올해 1월부로는 바뀐 경찰수사규칙이 시행됐다. 경찰수사규칙 제1편 총칙 제24조(고소‧고발사건의 수사기간)에 따르면 사법경찰관리는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사법경찰관리는 제1항의 기간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이유를 소속수사부서장에게 보고하고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받아야 한다.
김선홍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장은 "고소·고발사건 수사는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 마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고소인 등에게는 수사 개시 후 1개월마다 진행 상황을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측에서는 지금까지 수사에 관해 단 한 차례도 통지하지 않았다. 결국 입으로 떠드는 행정"이라며 "혹시 의도적으로 수사를 축소, 지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경찰 사법행정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수사 뭉개지 말라', '대기업 봐주기 의혹'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연신 비판적인 논조를 내세웠다.
늦장 수사 논란과 관련해 영등포경찰서 측은 "양쪽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검토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아직 결론난 것은 없다. 조만간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 진행 과정과 관련해서는 연락 오는 조합원들에게는 말씀드렸다. 양쪽 변호사들을 통해 수사 상황을 안내해왔는데 조합원들에게까지 전달이 됐는지, 그 이후 상황까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및 오포문형지역주택조합에 따르면 고삼상 대표이사는 분양률 50~60% 충족을 위해 양우건설 임직원 300명 중 50여 명의 임직원 및 가족을 명의대여자로 내세웠다. 600만~1000만 원의 명의대여 수수료를 지급해 총 189명의 가짜계약자의 명의를 빌려 불법 대출을 받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양우건설은 지난 2018년 10월 동별준공이 나고 입주시기가 지나자 조합 재산인 명의대여 대출 세대 등 148세대를 조합원 모르게 대물변제로 가져가 125억 이상의 시세 차익을 누렸다고도 강조했다.
명의대여 및 불법 중도금 대출과 관련 양우건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양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비대위에서는 불법 대출 및 명의 대여를 주장하며 다수의 임직원들을 상대로도 경찰서에 고소고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을 포함해 이미 무혐의가 나온 임직원들도 있다. 문제가 됐으면 모두 기소됐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양우건설 측은 공사비를 받지 못한 사측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입장도 호소했다. 관계자는 "양우건설에서는 공사계약 변경으로 공사비를 더 달라하는 게 아니라 최초 계약한 금액조차 못 받았다. 1623억 원을 못 받아서 조합에 요구하고 있는데 그쪽에서는 추가 분담금이라는 표현을 한다. 양우건설 역시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조합 측에서는 기부채납이나 완전 준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소송 등으로 분양대금만 쓸데없는 데다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관계자는 부연했다.
조합 및 시민단체들은 새마을금고가 가짜 계약자들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우건설의 불법대출을 눈감아줬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동철 오포문형 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만 속이면 대출금 대부분을 보증해 주기 때문에 새마을금고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그러니 양우건설에서 계약금을 납부한 사람 명단이라며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보내도 거리낌 없이 눈감을 수 있었던 것이며, 당일에 가짜계약서를 옆방에서 작성함과 동시에 불법 대출을 신청해도 속아주면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해당 건은 상당히 예전에 이슈가 됐던 사안으로 안다. 과거 새마을금고의 대출 과정에서 부당함이 있었다고 주장한 조합원들은 대출 실행으로 인해 추진 불가능한 사업이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출 실행 과정에서 새마을금고는 분양 계약자 본인인지 확인했고, 대출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관계자는 "진행 중인 대출건이라면 더 설명할 수 있겠으나 이미 최종 상환도 끝난 상황이다. 지역주택조합과 양우건설의 문제지 단순 대출한 새마을금고 측에서 할 수 있는 설명은 이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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