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약관 연속 3시간 이상 조건…도의적 차원 보상 꺼낼 수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KT 유·무선 통신 먹통사태로 전국 곳곳에서 이용자들의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회사 측이 보상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25일) 오전 11시 20분부터 지역별로 짧게는 40여 분, 길게는 약 80여 분 동안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KT는 당초 디도스 공격이 원인이라고 추정했으나, 곧 정정했다.
KT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고, 파악되는 대로 추가설명을 드리겠다"며 "통신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KT가 원인으로 지목한 라우팅은 특정 네트워크 안에서 통신 데이터를 보낼 때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통신사에서는 인터넷 유무선 장비마다 숫자로 구성된 주소를 지정해 이 경로를 결정한다. 이날 발생한 통신 장애는 이러한 경로 설정에 오류가 생겨 발생했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KT의 서비스 장애로 이날 전국 곳곳의 가입자들이 인터넷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인터넷 검색부터 증권거래시스템, 상점의 결제시스템 이용 등 KT 인터넷 전반에 걸쳐 서비스가 불통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입자는 일반 전화통화도 되지 않는 등 장애가 확산했다. 고객센터도 연결이 되지 않아 고객 불편이 더해졌다.
망 장애가 발생한 통신사가 KT라 피해 규모가 더 컸다.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유선통신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KT가 41%로 1위이며, SK텔레콤 29%, LG유플러스 20% 순이다. 특히 KT는 전국적으로 기간통신망을 보유해 주요 공공기관에서 이용하는 인터넷 전용선도 대부분 KT가 서비스한다.
다만, 업계에선 전국적인 피해에도 이번 사건으로 보상이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기준 KT 이용약관에 따르면 KT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의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앞서 KT는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대 지역에서 통신장애가 발생하자, 피해를 입은 유·무선 가입고객에게 보상 차원에서 1개월 요금 감면을 시행한 바 있다. 또 피해기간에 따라 자영업자들에겐 많게는 120만 원(7일 이상)까지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공식적으로 약 1시간 25분만에 마무리됐다. 자영업자 등이 직접 피해를 입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장애 누적 시간을 1일 단위로 계산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금액도 미미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상 규모는 사업자 자체 이용약관에 준거하고 있다"며 "전날 발생한 통신망 장애는 1시간 25분이었기 때문에 KT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배상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약관과 별개로 KT가 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책을 꺼낼 가능성은 있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장애였던데다, 자영업자들의 카드 결제가 몰리는 점심 시간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소상공인의 피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KT 측은 우선 정확한 장애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는데 주력, 추후 대책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KT는 어떤 경위로 라우팅 오류가 발생했는지 등 정확한 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구현모 KT 대표 차원의 입장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파악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을 상황실장으로 하는 '방송통신 재난대응 상황실'을 구성해 KT 서비스 복구 여부 및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한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는 중이다. 5G 품질 소송의 시발점이 된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는 KT 먹통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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