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총수 출소로 투자 및 신사업 발굴 기대감
[더팩트ㅣ충주=장병문 기자]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3년 형기를 모두 채우고 풀려났다. 긴 수감 시간 동안 어떤 그룹 청사진을 그렸을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부재로 인해 경영 시계가 멈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오너의 귀환을 반기는 모습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11일 오전 5시 충청북도 충주시 충주구치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이날 그는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구치소 정문을 나왔다. 이른 새벽 시간부터 이호진 전 회장을 기다리던 그룹 관계자 6~7명은 총수가 정문을 빠져나오자마자 소지품을 건네받았다. 이들은 취재진의 인터뷰,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해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빈틈없이 이 전 회장을 의전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출소 소감, 그룹 청사진, 건강 상태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입을 열지 않고 대기 중인 차를 타고 곧장 구치소를 떠났다. 만기출소로 죗값을 다 치르고 나온 이 전 회장을 에워싼 태광 관계자들은 취재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총수 보호에 여념이 없었다. 이는 총수가 과거 미디어 관심에 부담을 느꼈던 전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열린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에서 취재진을 따돌리고 법정을 빠져나가려다가 기자들에게 쫓고 쫓기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치소 현장에서는 이호진 전 회장의 부인과 자녀(1남 2녀)는 보이지 않았다.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단발의 머리로 수감됐다가 장발이 되어 나왔다. 가슴까지 충분히 내려올 만큼 자란 머리카락 길이가 수감 기간을 가늠하게 한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다만 재판부는 그가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했다.
이후 2018년 병보석 중에 거주지와 병원을 이탈해 음주와 흡연하는 모습이 공개돼 '황제보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그해 12월 서울 남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그는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으며 이날 형기를 모두 채웠다.
이날 구치소 앞에서 이호진 전 회장을 기다리던 한 태광그룹 관계자는 지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서 이 전 회장이 제외된 것을 아쉬워했다. 그만큼 오너의 복귀를 기다려 왔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의 부재와 오너리스크로 인해 10년 동안 신사업을 발굴하거나 투자를 단행하지 못했다. 태광산업 등 그룹 주요 계열사는 역성장에 빠져있다.
총수 출소를 앞두고 그룹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은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또 올해 초에는 정찬식 전 LG화학 부사장이 태광산업 석유화학부문 대표로 합류했다. 넓은 인맥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들이 이 전 회장에게 신사업과 투자 등을 직접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LG화학과 합작사 설립을 위해 728억 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형 집행이 끝난 이후 5년 동안 위법 행위와 관련된 업종의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그가 옥중에서 구상한 청사진이 그룹 경영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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