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샘 인수 물 건너가나?
[더팩트|정리=이민주 기자] -지난 한 주 내내 국정감사가 이어지면서, 경제계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습니다. 특히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서 한 발언이 논란을 빚었는데요. 권 대표는 '광주 학동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머뭇거리거나 회피성 답변을 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IMM프라이빗에쿼티의 한샘 경영권 인수가 지지부진해, '인수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IT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이 화제를 모았고, 유통업계에서는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트럭 시위로 시끄러웠습니다. 그럼 먼저 권순호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살펴볼까요.
◆ 머뭇거리고, 모르쇠…'30년 건설인' 권순호 HDC현산 대표 진정성 의심스럽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광주 학동 붕괴사고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권순호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했죠. 그런데도 진정성을 의심받으며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거듭 사과를 하는 데 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는 건가요?
-네, 지난 7일 국회 국토위 국감에서 권순호 대표가 출석해 "불미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 부상한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해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권순호 대표는 이같이 사과하면서도 의원들의 송곳 질문에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말로 지켜보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권 대표는 '현대산업개발이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라는 질문에 "피해자가 아닌 것은 맞다", "수사 중이고 재판 중이다" 등의 말로 회피했습니다. 그러다 의원들의 목청이 높아지자 머뭇거리면서 "경찰 수사상 (HDC현대산업개발이) 가해자로 돼 있다"며 마지못한 듯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무고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는데, 가해자가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니 여론은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의 일반 건축물 철거 계약구조는 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등 조합을 비롯해 여러 업체가 얽혀있습니다. 권순호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권순호 대표의 거짓 논란도 있었습니다. 앞서 권 대표는 불법 하도급 문제가 없었다고 했죠.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불법 하도급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요.
-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권순호 대표는 여전히 불법 하도급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모를리 만무하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권 대표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현대산업개발이 불법 하도급과 관련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모르쇠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과연 권순호 대표가 불법 하도급을 몰랐을까요.
-권순호 대표는 현대산업개발에서만 30년을 재직한 뼛속까지 '건설 DNA'가 흐르는 건설인입니다. 권 대표의 이력을 간단히 보면 1989년 현대산업개발 공채로 입사해 고객만족팀장과 아이서비스 인테리어·조경사업본부장, 현대산업개발 건설사업본부장을 거쳐 2018년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입니다.
-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안산 아이파크, 울산 약사 아이파크, 대구 월배 아이파크1차 등 3곳 사업장에서 현장소장을 맡기도 했어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영인이 사업장 돌아가는 실정을 몰랐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권순호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말로는 죄송하다고 하지만 책임 있는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네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자들의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겠습니다. 특히 죗값을 모면하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IMM PE, 인수가 협상에 난항 중?…한샘 인수 물 건너갈 가능성은
-이번에는 IB(투자은행) 업계 소식 들어보죠. 남양유업 이후 대형 매물로 나오면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샘 인수 계약 소식이 계속해서 늦어지는 모양새네요. 어떤 이유인가요?
-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한샘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데요. 당초 9월 초 실사를 마무리하고 같은 달 중순 경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입니다.
-계약 진행이 지지부진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면서요.
-인수합병(M&A) 업계는 IMM PE가 당초 설정해 둔 가격 조정폭대로 주당 인수가를 낮추는 작업 중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IMM PE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측은 계약서상 가격조정폭을 7.5%로 설정해 뒀습니다. IMM PE는 기존에 결정해 둔 인수가(주당 23만5000원) 보다 7.5%(주당 21만7000원)까지 낮출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실사 후 양 측이 인수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IMM PE는 딜 구조상 인수금융 대출 활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한샘 주가가 지속적으로 빠지면서 IMM PE의 곤란함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인수 자금의 8000억 원가량은 인수금융을 통해 마련하는 데 인수금융 활용 조건으로 한샘의 최근 평균 주가가 반영되기에 최대금액을 끌어모으려면 지분가치가 높아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없으려면 최초 인출일 3영업일 전 직전 20영업일 1주당 평균 주가가 최소 12만3653원은 돼야합니다. 8일 기준 한샘 종가는 10만2500원이었습니다.
-만일 인수가가 낮춰지지 않거나 인수금융상 문제가 커진다면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나요?
-우선 무산된다고 예측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매수자나 매도자의 의지에 따라 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IMM PE가 인수에 있어 롯데와 SI(전략적 투자자)를 맺는 등 인수를 준비해 온 만큼 아직까지는 긍정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악의 경우 자금확보나 인수가 협의가 진행하지 못할 수준으로 막힌다면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M&A 시장에선 실사 후 양측이 인수가를 두고 이견차가 커 중간에 취소된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IMM PE로선 한샘 주가 상승과 거래가격 인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IMM PE는 당초 정해진 할인율을 무조건 사수해야겠네요. 남양유업 인수처럼 SPA를 체결하고도 무산 위기에 처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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