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 현장 복귀 관심…"정상 경영 위해선 사면 필요"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결과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풀려난다.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삼성전자는 물론, 경제계의 관심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삼성의 미래 경영 및 투자 계획이 제때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연 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광복절을 앞둔 오는 13일 석방될 예정이다. 박범계 장관은 국가적 경제 상황과 사회의 감정,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말 기준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가석방에 '찬성한다'고 답할 정도로 여론이 우호적이었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도 가석방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등 8월 가석방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4대 그룹 총수와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에 대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나게 되면서 이제 재계의 관심은 그의 현업 복귀 시점에 쏠려 있다. 삼성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 부재 속 삼성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이는 국가적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사이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앞다퉈 투자를 추진했으나, 삼성은 이렇다 할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은 이뤄지지 않았고,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들여 미국에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신·증설하겠다는 계획도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머물고 있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원하며 청와대에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 이유도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청와대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대형 투자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현실화되면 삼성의 투자 또는 M&A 행보가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조직의 분위기를 다잡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 2030' 목표와 '초격차' 전략을 점검하며 향후 행보를 결정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 경영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으로, 취업 및 해외 출장 등이 제한된다. 경제5단체장을 포함해 재계가 가석방보다 사면이 절실하다고 꾸준히 강조한 것도 가석방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온전히 경영 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가석방 상태로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휘 아래 삼성이 여러 투자 건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형 투자 및 M&A 결정 과정에서 보안 유지와 동선 구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보다는 의사결정이 빨라질 수 있겠지만, 가석방 상황에선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추후에도 재계를 중심으로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이날 가석방 결정이 내려진 직후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허용해준 점을 환영한다"면서도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 현장 방문 등 경영 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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