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시 탄력근무제 시행…건설노조 "임금보장까지 마련돼야"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정부가 폭염에 시달리는 건설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더위 시간(오후 2~5시)에 공사를 중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건설업계 노사 간 의견은 분분하다. 건설사들은 정부 대책에 수긍하는 반면, 노동자들은 보완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건설업계 따르면 정부는 지난 25일 건설사를 대상으로 무더위 시간인 오후에 공사를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 말까지 6만여 개소 등 사업장을 방문해 폭염 예방 수칙이 지켜지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이같은 대책이 나온 건 폭염으로 인한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여름철 26명의 노동자가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 중 22명은 7월 말부터 8월 사이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건설사는 그간 △식수 구비 △그늘진 장소 마련 △ 1시간 주기 휴식 시간 제공 등 폭염 대비책을 세워왔다. 올해 여름에는 폭염 피해가 더 심할 것으로 예상돼 특정 시간대에 공사를 중지하는 방안까지 마련된 것이다.
건설사들은 정부 대책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미 건설사들은 폭염 특보 시 오후 2~5시 사이에 업무를 하지 않도록 새벽 근무를 늘리거나 저녁에 일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조율하고 있다. 가령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정오까지 일을 마치고, 오후에는 두 시간 정도만 일하는 식이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해 오전에 모든 근무를 마치는 건설현장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마다 구체적인 시간은 다르지만, 여름에는 평상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폭염 대비책은 건설사들이 지난 몇 년간부터 적용했던 조처로, 올해는 더욱더 심한 더위가 예상돼 정부가 강력권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은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탄력 근무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들은 탄력 근무제 시행 시 임금이 줄어들어 오히려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정부 권고대로 오후 업무를 줄이게 되면 적은 근무시간 안에 모든 업무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탄력 근무제에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새벽부터 근무해 오전에 모든 업무를 마치는 식의 탄력 근무제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기존보다는 업무 시간이 줄어들어 임금이 삭감될 우려가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탄력 근무제만 시행할 것이 아니라 임금보장이 제도화돼야 한다. 폭염 같은 기후 문제가 노동자의 임금 삭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0월 건설노동자들의 임금보장을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바 있다. 인권위는 폭염 시 작업중지를 시행한 건설노동자의 감소한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 또는 근로자는 작업중지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임금 감소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작업중지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게 인권위 측 설명이다.
다만 이번 정부 대책에는 건설노동자들의 임금보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인권위의 권고안을 최대한 받아들이더라도 임금보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임금보장까지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대책은 폭염 상황에 대해 기상청 온도가 아닌 건설노동자들의 체감온도를 고려하고 여러 행정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지난해보다 강화된 조처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설노조 측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추후에는 인권위가 요구한 임금보장안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h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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