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호텔신라, 2심은 롯데관광개발 승소…생존 여부 불투명
[더팩트|한예주 기자] '국내 1호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진퇴양난 상황에 놓였다. 동화면세점 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과 호텔신라 간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이 4년여 동안 진행되면서 대법원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김기병 회장과 호텔신라 간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호텔신라는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의 용산개발사업 부실 해결을 위해 600억 원을 빌려준 바 있다. 하지만 3년 후 김 회장이 이를 상환할 수 없다며 담보로 설정돼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가져가라고 요구했다.
이에 2017년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을 받을 수 없으니 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1심은 호텔신라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호텔신라의 매도청구권 행사에도 김 회장이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고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호텔신라의 해제 의사 표시가 도달함으로써 주식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다"며 "원고가 매매대금 등을 받지 못하고 그보다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대상 주식과 잔여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대상 주식의 매도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이 호텔신라에 788억여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의 매도 청구에 불응해 대상 주식을 재매입하지 않더라도 원고로서는 이에 따른 제재로 잔여 주식의 귀속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김 회장이 잔여주식을 위약벌로 귀속시키는 이상 추가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매매 대상주식(19.9%)과 잔여주식(30.2%)을 합할 경우 전체 주식의 50.1%가 되도록 잔여주식의 양을 정해 무상 귀속 시키는 위약벌 규정은 호텔신라가 만들었는바, 경영권 취득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호텔신라 측은 김 회장이 상장사인 롯데관광개발 최대주주인 만큼 변제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김 회장을 비롯해 특별관계자 4인은 롯데관광개발의 최대주주로 주식 수 전체 지분의 58.31%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2만550원(7월 22일 종가 기준)으로 김 회장과 특별관계자의 주식 보유가치는 766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김기병 회장 측은 계약서상 위약벌로 약정돼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게 귀속시키겠다고 했으니, 호텔신라는 더이상의 변제를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호텔신라는 현재 19.9%의 동화면세점 주식에 더해 최대주주(50.1%)가 된다.
결국 결론은 대법원의 판결에 달렸다. 지난 4월 호텔신라의 상고로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호텔신라가 패소하면 대기업인 호텔신라는 관련법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인 동화면세점을 운영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김기병 회장이 패소하면 동화면세점은 명맥은 유지할 수 있지만 영업력이 떨어져 이래도 저래도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M 등 중소중견 기업 뿐 아니라 한화, 두산 등 대기업까지 면세사업을 정리했다"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영향까지 거세지자 누구도 동화면세점 주인이 되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다. 중견면세점이지만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광화문 사거리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서울에 대기업 시내면세점이 우후죽순 생겨난 2015년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했고, 2017년에는 구찌, 루이뷔통 등 주요 명품 매장이 철수하고 영업시간도 단축하는 등 위기가 시작됐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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