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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면 NO?"…'이분법'에 발목 잡히는 삼성

  • 경제 | 2021-06-27 00:00
공정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지원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삼성 계열사 4곳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공정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지원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삼성 계열사 4곳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삼성 때리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동의의결도 수사심의위 권고도 '삼성 패싱'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사법리스크로 발목 잡힌 삼성이 이번에는 때아닌 '밥그릇 싸움'으로 시끌하다.

통상 '경영권'이나 '지분'을 빗대어 표현하는 밥그릇이 아닌, 진짜 사람이 먹는 '밥'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가 사내 급식 몰아주기를 했다며 삼성에 공정거래법 시행 40년 역사 통틀어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앞서 애플의 갑질에 대한 공정위 대응을 사례로 들며 "삼성 때리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삼성전자·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 4개사를 상대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을 부당 지원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인 234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감몰아주기' 주체는 삼성이고, 행위 목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지원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은 일방적"이라며 법정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삼성은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의 발표 내용과 관련해 "여론의 오해를 받고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예단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정위가 이번 과징금 부과 배경과 관련해 발표한 공식 발표자료 브리핑에서 '경영 승계', '이재용', '미래전략실' 등의 단어는 여러 차례 등장했다. 이는 애초 공정위가 삼성에 통지한 고발결정문에는 언급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심지어 공정위는 같은 날 브리핑에서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사내 급식 몰아주기와 승계 과정의 연결점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삼성전자·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 4개사를 상대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을 부당 지원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인 234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더팩트 DB
공정위는 지난 24일 삼성전자·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 4개사를 상대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을 부당 지원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인 234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더팩트 DB

'역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광고비와 아이폰 보증수리 비용 등을 떠넘기는 이른바 '갑질' 행위에 대해 애플 측이 제시한 동의의결을 수용한 바 있다. 동의의결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를 해당 기업이 직접 시정하는 대신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삼성 역시 지난 5월 공정위에 중소급식업체 지원 등을 골자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보다 앞선 4월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8개 대기업과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한다고 선언하고, 같은 달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해 온 삼성전자 사내식당 2곳의 운영업체로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미 공정위가 애플의 동의의결을 수용한 데다 삼성이 사내급식 일감 개방 선언 및 시행에 나선 만큼 삼성의 동의의결도 받아들여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애플에 1년 6개월에 달하는 시간을 들여 심의에 나선 공정위는 삼성에는 단 한 번의 심의를 끝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삼성을 향하는 '이중 잣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경영' 의혹이 제기됐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접견 기록에 나온 '변호인 접견 횟수'가 근거로 제시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 수감 기간(1월 18일~6월 9일 기준) 일평균 1.16번 변호인과 접견했다. 일반 접견과 더해 전체 접견 횟수에서 차지한 비중은 90.7%다. 일반 수감자와 비교해 변호인과 만난 횟수가 많고 비중이 높은 만큼 옥중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현행법에서 수감 중인 사람과 변호인 간 접견 횟수나 내용 등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혐의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검찰은 권고를 수용해 온 전례를 깨고 기소를 강행했다. /더팩트 DB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혐의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검찰은 권고를 수용해 온 전례를 깨고 기소를 강행했다. /더팩트 DB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번 재판의 경우 검찰의 기소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혐의에 대한 기소 타당성을 두고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검찰이 권력 남용의 부작용과 폐해를 없애겠다며 검찰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검찰은 앞서 수사심의위가 내린 8차례의 권고를 거스른 적 없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기소를 강행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현재까지 재판은 진행 중이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 접견 목적이 '옥중 경영'이 아닌 '재판 준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국정 농단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서 검찰의 기소로 재수감 돼 또다시 재판을 치르게 됐다"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재판준비에 몰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검찰 측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 분량만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재판"이라며 "하루에 한 번꼴로 (이재용 부회장이) 변호인과 접견을 통해 재판 대비를 하더라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경영에 관여할 만한 물리적 시간도, 심리적 여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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