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노조 "아파도, 진단서 내도 못 쉰다"
[더팩트|이민주 기자] 외국계 '가구 공룡' 이케아코리아(이케아)의 직원 복지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노사 갈등을 봉합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병가제도를 두고 잡음이 불거졌다. 공교롭게도 외국계 할인마트 코스트코도 최근 직원들의 병가 사용 문제로 노사 갈등을 빚은 바 있어 이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24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동조합 이케아코리아 지회(이케아노조)는 이케아 광명점 앞에서 회사의 병가제도의 문제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케아 노조는 본사가 직원들의 장기병가를 반려하고 있다며, 이는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케아 직원 A 씨는 회사에 최근 2월의 장기병가를 신청했다. 이를 위해 '2개월의 치료 및 회복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절하고 3주간의 장기병가만 승인했다.
다른 지점에서 근무하는 B 씨는 최근 병원에서 특정 질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장기병기를 신청했으나 회사는 '해당 질환으로 수술 또는 시술을 받을 시에만 장기병가를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이외에도 C 씨는 과거 같은 병명으로 병가를 신청한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장기병가 기간 동안 기본급 100%를 지급받지 못했다. D 씨는 역시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고 장기병가를 신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노조가 공개한 단체협약 중 병가에 대한 조항에는 △조합원이 업무상‧ 업무외 질병, 부상으로 요양이 필요할 때에는 아래와 같이 병가를 부여한다 △장기병가는 월 기본급의 기준으로 첫 1개월 100%, 2~3개월 50%, 4~6개월 30%를 지급한다 △장기병가의 경우 치료 및 요양 기간이 명시된 2차 병원(종합병원) 이상 의사의 진단서 제출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단체협약 조항을 근거로 이케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임의 기준 세우고 직원들의 병가를 반려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혜현 기흥점 분회장은 "이케아가 강조하는 '지속가능성'은 홍보용 말인지 직원들은 여기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터가 이케아"라고 말했다.
강신웅 광명점 분회장은 "아픈 직원들이 충분히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현장으로 복귀하기 위한 장기병가 제도는 되려 직원들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며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직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이케아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이케아가 지난 3개월 동안 단체협약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대형마트와 이케아의 백신 휴가를 비교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케아 백신휴가는 당일(유급), 2~3일(50% 지급)이다. 이마트, 홈플러스는 이틀의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노조의 주장에 이케아 측은 "자체 기준에 따라 직원 장기병가를 승인하고 있으며, 반려한 이유가 분명했다"고 반박했다.
이케아 관계자는 "병가신청을 접수하면 인사팀에서는 건강면담, 진단서 확인 등 직원의 건강상태와 근무 불가능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병가를 승인하고 있다"며 "전체 70여 건 중 반려된 사례는 소수이며 '진단서 미제출', '진단 병원 조건 미충족' 등 반려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계 할인마트 코스트코도 비슷한 문제로 잡음이 불거진 바 있다. 코스트코 노조는 최근 병가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스트코 노조는 지난달 12일 광명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한국 직원들의 복지를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직원들을 쥐어짜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유아보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고 △관리자에 대한 법정가산임금 수백억(추산)을 체불했으며 △노동조합 가입 및 활동을 방해하고 지배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코스트코가 직원들에게 연간 5일의 병가(유급)만 지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이 아픈 몸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의 복지가 (국내사보다) 좋다는 것은 예전 이야기다. 요즘은 국내사도 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직원들을 가장 가까운 손님이라고 본다"며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피하려면 조속히 노사 갈등을 잠재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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