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O연구소, 71개 기업집단 해외법인 현황 전수 조사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71개 기업집단(그룹)이 지배하고 있는 해외법인 4700여 곳 가운데 730곳이 조세회피지로 의심되는 곳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CXO연구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지정한 71개 기업집단의 해외 계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조사 결과, 국내 71개 그룹이 다수 지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해외법인은 124개국에 걸쳐 모두 4703곳으로 나타났다. 개별 그룹 중에서는 삼성이 594곳으로 가장 많았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에만 885곳(18.8%)으로 가장 많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해외법인 숫자만 해도 268곳으로 71개 그룹 중 30%를 넘었다. 미국에 법인을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그룹은 한화(154곳)다.
미국 다음으로는 중국(홍콩 제외)이 874곳(18.6%)으로 해외법인이 많았다. 4대 그룹이 중국에 진출한 숫자는 317곳(36.3%)이나 됐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238곳)이었다. 베트남은 일본(194곳), 싱가포르(167곳), 인도네시아(160곳) 등을 제치고 해외법인 숫자가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샬아일랜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세피난처로 거론한 지역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법인 수는 12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싱가포르를 비롯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조세회피성 국가 등에도 610곳 이상 법인이 세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세운 회사 4700여 곳 중 730곳 정도는 조세 부담을 회피하거나 줄이기에 좋은 국가에서 운영 중인 것이다. 이는 해외법인 10곳 중 1곳 이상의 비율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대기업 중에는 세금을 줄이고 국내 세무당국 등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조세회피성이 강한 3~4개 이상 국가를 경위하며 해외법인을 서로 지배하고 있는 곳도 여럿 있다"며 "최근 7개국(G7)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정하는 방안이 향후 구체화되면 국내 대기업이 조세피난처 등에 해외법인을 세우는 과거 행태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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