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깜짝 방문' 경쟁사 리스트에 빠진 롯데…업계 "신세계와 전략 방향 달라"
[더팩트|한예주 기자] '현장 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도 경쟁사를 '깜짝 방문'하는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객들과의 소통을 넘어 경쟁 기업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 부회장이 한 달 새 두 차례나 방문한 현대백화점과 달리 백화점업계 1위 롯데백화점에는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은 이유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 주말은 #현판(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배카점(백화점)데이"라는 글과 함께 두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엔 백화점 내부를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찍은 셀카와 매장 전경이 담겼다. 특히, 정 부회장은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SSG랜더스' 로고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방문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5년여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한 곳이다. 이는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으로,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도 단숨에 5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경쟁사 점포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뒤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렸다.
당시 정 부회장은 SNS에 "투데이 이즈 배카점(백화점)데이. 신강 찍고 신영 찍고 현여에서 마무리"라는 글과 함께 인증샷을 올렸다. '신강'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영'은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현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더현대 서울)을 뜻한다.
지난해 8월에는 경쟁사인 롯데마트를 방문하고 "많이 배우고 나옴"이라는 글과 함께 인증사진을 남겼고, 한 달 앞서 7월엔 부산에 문을 연 럭셔리 호텔 '롯데 시그니엘'에 들른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행보와 관련, 경쟁사 방문을 통해 경영 인사이트를 얻는 차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신세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평소 해외를 자주 돌아다니며 현장 경영을 하는 정 부회장이 국내 경쟁사를 직접 돌아보며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 것 같다"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전례 없는 활발한 행보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정 부회장의 '경쟁사 방문 리스트'에 롯데백화점은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으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백화점이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롯데백화점의 전략이 업계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에 맞는 매장을 방문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신세계는 강남점으로 매출과 고급화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더현대 서울로 체험형 매장이나 리테일테라피 등에 강점을 쌓게 된 현대백화점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백화점업계는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다, 경쟁 백화점과 확실하게 차별화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차별성을 갖춘 전략을 좀처럼 꺼내지 못하고 있어 '침체기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롯데백화점은 경쟁사의 배를 웃도는 점포 수 등을 이유로 국내 백화점업계 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비해 점포당 매출과 효율이 가장 떨어진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 관계자는 "요즘 백화점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지점마다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것이 됐다"면서 "롯데백화점도 트렌드에 맞춰 명품관 구성과 유명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거나 모델하우스를 입점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당분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거나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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