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 불발 가능성 커져…청산가치가 존속가치 5배 달해
[더팩트|한예주 기자] 이스타항공의 재매각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과 관련된 이슈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신규 LCC(저비용항공사)까지 시장에 진입하면서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20일까지 입찰자가 포함된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때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청산 판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매각이 결렬된 이후 재매각을 추진했으나, 새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회사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공개 입찰 전 예비 인수자를 먼저 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을 시도해왔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 인수자를 선정해놓고 별도로 공개 입찰을 진행해 조건이 더 좋은 매수 의향자가 나타나면 매수자를 변경할 수 있다. 공개 입찰이 무산될 경우 예비 인수자에게 매수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애초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중순 우선 매수권자를 선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려했지만 6~7곳이 관심을 보인다는 회사 측 주장과는 달리 인수 의향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상직 의원 관련 법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인수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달 체포동의안 통과 후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의원과 일가가 변호사 비용, 형사사건 공탁금, 고급 오피스텔 임차료, 고급 외제차 리스 비용 등으로 수십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또 회삿돈을 빼돌려 자신의 정치자금과 선거 기탁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이 의원이 2014~2015년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부정 채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의원과 관련된 논란은 이스타항공의 매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른바 이상직 리스크로 회자되며 잠재 인수자들은 입찰 막판에 계획을 거뒀다. 이 의원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다 편법증여에 이어 배임횡령, 채용비리까지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선 이상직 리스크가 큰 부담"이라며 "이 의원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다 편법증여에 이어 배임횡령, 채용비리까지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인수 후에도 '이상직 꼬리표'가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인수 의향을 표시한 것과 별개로 구체적인 인수가를 제시한 기업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회생안 제출기한인 오는 20일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법원은 이스타항공의 청산, 재매각을 다시 판단하게 된다.
다만, 회생계획안 제출일이 정해진 기한보다 연장될 수도 있는 만큼 아직은 청산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개의 전망은 법원이 추후 수의계약 가능성을 고려해 회생 기간을 조금 더 연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재매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특히, 회사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낮은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이스타항공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관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존속가치는 5억6546억 원, 청산가치는 24억9737억 원으로 평가됐다. 청산가치가 5배 가까이 높다. 경제적 측면에서 회사를 접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존속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은 운항이 완전 중단된 영향도 탓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높은 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스타항공의 최종 부채는 약 1800억 원 규모로 산정됐다. 자산은 약 291억 원으로, 부채가 보유 자산의 여섯배가량이다. 여기에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 등 수백억 대 운항 준비비용을 더할 경우 인수자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최근 신규 LCC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첫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고, 에어프레미아도 보잉 787-9 1호기를 도입하며 올 상반기 취항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재매각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은 몸집이 줄고 경쟁력이 많이 악화됐다"며 "청산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6월 중 재운항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yj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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