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재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삼성家, 전례 없는 통 큰 기부…시장 기대치 '찢은' LG화학 투자 늘려
[더팩트|정리=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도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5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지난주 경제계는 다사다난한 이슈가 가득했는데요. 유통업계에서는 프로야구 SSG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롯데자이언츠와 키움히어로즈를 향해 도발적인 발언을 던지며 이목을 모았습니다. 누구보다 야구에 '진심(?)'인 듯한 정 부회장의 행보에 업계와 야구팬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고 하네요.
-재계에서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을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재계 1위다운 기부 규모에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화학에, 금융권에서는 DSR 규제 방안에 눈길이 모아졌습니다.
◆정용진의 자극적 도발…"예의 없다"vs"재밌다"
-유통업계 소식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SSG랜더스의 구단주 정용진 부회장이 또 한 번 자극적인 이슈로 관심을 모았다고요.
-네. 정용진 부회장 덕에 프로야구계와 유통업계가 연일 '핫'한데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려고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날, 정 부회장이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파격적인 도발을 해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를 안 좋아한다"며 "내가 도발하니까 그제야 제스처를 취한다"는 발언을 쏟아냈죠. 또 이 경기 7회 때 자리에서 일어난 신 회장을 두고 "야구를 좋아하면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계속 도발하겠다"며 "내가 도발하자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그렇게 불쾌할 때 더 좋은 정책이 나온다. 롯데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서 더 좋은 야구를 하게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야구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팬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너무 심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데요. 일부 팬들은 "구단주로서 격에 맞지 않는 언행이다. 관심 끌기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 "선을 넘었다", "예의에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 등의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롯데 역시 정 부회장의 발언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고요.
-네. 개막 직전에 롯데를 향해 "본업(유통)과 야구를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던 것에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임원들이 적지 않았는데, 정 부회장이 이번엔 직접 신 회장을 언급하며 도발하자 "해도 너무한다"며 얼굴을 붉히는 단계에 이르렀죠.
-지지하는 세력도 많죠?
-네. 코로나19로 침체된 야구업계에 활기를 넣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보는 맛이 생겼다'는 견해입니다. "과격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너무 점잖기만 했던 스포츠계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돌발적이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구단주인 마크 큐번을 떠올리게 한다" 등 긍정적인 시선도 분명 있습니다. 즉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셈이죠.
-정 부회장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신세계그룹 이미지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됐던 큐번은 2000년에 댈러스 매버릭스를 인수한 후 자기 팀 선수를 적극 옹호하고 다른 팀 선수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최근에 한 기자가 팀 간판 스타인 루카 돈치치를 비판하자 큐번 구단주는 에프(f)가 들어간 욕설을 하며 이 기자를 맹비난하기도 했죠. 하지만 기이한 행보로 구단의 가치가 오히려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렇군요. 정 부회장을 재계의 근엄한 총수보다는 '동네 형'처럼 친숙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요. 다만 상대방 자존심을 짓밟는 직접적인 발언에 불편함을 느끼며 좀 더 격이 높은 '촌철살인 코멘트'를 바라는 이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정 부회장이 인지했으면 합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을 단지 야구 팬들만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죠.
◆ '12조' 상속세만큼 이목 쏠린 삼성家 '통 큰' 기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을 두고 지난달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밝혔습니다. 경제계 안팎에서 전례 없는 천문학적 상속세 규모에 이목이 쏠렸던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무려 12조 원에 달하는데요.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국내 시총 순위 1위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을 훨씬 웃도는 규모죠.
-아무리 재벌 총수 일가라 해도 이렇게 막대한 세금을 한 번에 낼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5년 동안 6회에 걸쳐 세금을 나눠 낸다는 계획입니다.
-상속세만큼이나 안팎의 관심이 쏠렸던 대목은 바로 유족들이 밝힌 '통 큰' 기부였습니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유산 가운데 1조 원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7000억 원)과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린 어린이 환자 지원(3000억 원)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미술품 기증이었는데요.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품은 그 수만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들은 이 역시 고인의 뜻에 따라 소장품 모두를 국립기관에 기증하기로 했는데요.
-'이건희 컬렉션'의 경제적 가치는 어는 수준인 거죠?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술계에 따르면 최소 3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미술품은 물론 국보 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 134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등 학창 시절 역사 교과에서 한 번쯤 이름을 들었던 국보(14건), 보물(46건)이 수십여 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의 추정치가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 같네요.
-이번 사회환원을 바라보는 각계 시선도 궁금한데요.
-재계에서는 말 그대로 비교 대상이 없는 '역대급' 기부에 "놀랍다"는 반응과 더불어 의미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데 의미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이건희 회장의 예술품 기증의 경우 의료 지원과 같이 고인이 생전 기부의사를 밝힌 적도 없었던 만큼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오죠.
-미술계에서는 삼성가에서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을 한곳에 모아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앞서 정부도 유족들의 기증 발표 이후 별도 미술관 신설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금 쓸어담는 LG화학, 배터리에 공격적 투자 이어갈까
-이어서 산업계 소식입니다. LG화학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엄청난 양의 현금을 쓸어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업계의 관심은 이 현금을 LG화학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네. LG화학은 지난달 28일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밝혔습니다. LG화학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9조65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4081억 원입니다. 업계는 LG화학이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일각에서는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우려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단순히 1조 원을 넘기는데 그치지 않고 이보다도 훨씬 높은 1조4081억 원이라는 영업이익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LG화학이 시장의 기대치를 '찢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면서요?
-석유화학업계 시황이 상승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일부 신흥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 추세지만 세계 경제는 전반적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죠. 석유화학 제품의 재고가 부족해 제품이 생산되는 족족 팔려나갈 전망입니다. 또 업계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 개선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이 1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LG화학은 쓸어담은 현금을 어떻게 사용할 예정인가요?
-배터리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첨단소재 사업에도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입니다. LG화학은 현재 첨단소재 분야에서 전지 4대 원재료 중 양극재와 부가소재 중에서는 음극 바인더, 방열소재, 배터리 조립소재 등을 생산하는 중입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시장 규모가 크고 급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소재 외에도 추가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합작회사(JV) 설립이나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배터리와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전폭적인 투자에 나섭니다. 우선 미국 내 신규 거점을 설립해 2025년까지 140GW/h 규모의 배터리를 추가 생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유럽에도 신규 거점을 확보하고 완성차업체 GM과의 협력도 더욱 공고히한다는 계획입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약 40여 개의 신약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17개는 전임상 이상 단계로 미국 글로벌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통풍, 외부 도입 항암 등입니다.
◆DSR 40% 규제, 또 다른 '양극화' 불러올까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지난주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죠.
-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7월부터 전 규제지역의 6억 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에 대해 차주 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40%로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현재 금융기관별로 적용되는 DSR 규제를 차주별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신용대출의 경우 연 소득 8000만 원을 초과하고 1억 원을 초과해 대출받는 경우에만 DSR 40% 규제가 적용됐지만, 7월부터는 소득과 상관없이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해당 방안이 발표되자 '저소득자'들의 타격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죠?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90% 이상의 대출자는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대책 발표로 인한 시장 동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금융 소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해당 방안이 소득이 적을수록 대출한도가 더 많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예컨대 연 소득 7000만 원의 차주가 조정대상지역에서 6억 원의 주택을 구입하면 기존에는 LTV(담보인정비율) 50%를 적용받아 3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소득의 100~150%로 나오는 신용대출로 1억 원의 대출을 받는다면 최대 4억 원까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죠. 그러나 오는 7월부터는 DSR이 40%로 적용되면서 주택담보대출 3억 원은 그대로 받을 수 있지만, 신용대출 한도가 850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약 2500만 원 정도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군요.
-네. 그러나 소득이 줄어들면 대출한도 감소 폭이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연 소득이 4000만 원인 차주를 같은 조건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해당 차주는 기존 3억 원의 주택담보대출과 6000만 원의 신용대출이 가능했지만, 7월 이후에는 신용대출을 1100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최대 4900만 원의 한도가 줄어드는군요. 소득이 적을수록 대출 한도 감소 폭이 더욱 커지게 되는군요.
-특히, 서울 아파트의 83.5%, 경기 아파트의 33.4%가 DSR 40% 규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개인별 대출 한도 편차가 생기고 저소득자의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조금 더 멀어져 갈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네요. 아무쪼록 아직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관련 규제 완화책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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