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상생경영', 이재용 '책임경영'으로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사회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생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강조해 온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지가 경제계에 전례 없는 대규모 사회환원으로 이어졌다.
28일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을 통해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발표 전부터 12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유족들이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삼성이 공개할 사회 환원 계획에도 그에 못지않게 이목이 쏠렸다.
먼저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1조 원에 달하는 '통 큰' 지원은 생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하며 삼성의 여러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해 왔던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또한,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이 소장해 온 미술품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을 국립기관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국보 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수많은 지정문화재가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사실상 경제계에서 전례가 없다.
이 같은 결정 역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른 사회환원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적 투자 외에도 문화와 교육 등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20여 년 동안 '스포츠 민간 외교관'을 자처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발 벗고 나선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활동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0년, 당시 이건희 회장이 170일 동안 11차례에 걸친 출장을 통해 동계올림픽 유치를 설득하고 선전하기 위해 만난 전 세계 IOC 위원들의 수만 100명이 넘는다.
특히,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이뤄진 사회환원활동은 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02년과 2006년 사재를 출연해 만든 재단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지원한 경제적 규모만 7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이건희 회장이 과거 숙명여대에 100억 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숙명여대 창학 100주년을 앞두고 이경숙 전 총장이 기념관 건립 비용 문제에 관해 면담을 요청하자 이건희 회장은 "일류 국가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나 대학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며 기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기업의 사명으로 강조해 온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은 '이재용 체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9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치러진 이병철 선대회장의 32주기 추도식에서 계열사 사장단에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주도한 사회공헌 활동의 초점은 '국민'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 속에 보여준 삼성의 의료지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사태로 몸살을 앓았을 때 삼성은 영덕연수원,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삼성물산 국제경영연구소를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고 삼성의료원 의료진을 파견했다.
또한, 같은 해 마스크 대란 사태가 벌어지자 해외에서 확보한 마스크 33만 장을 지원하고, 국내 마스크·진단키트 제조사들에 스마트폰공장 구축 지원에 나선데 이어 전북 군산에 있는 풍림파마텍에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 백신용 LDS 주사기를 월 1000만 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완성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공개한 사회환원 계획은 단순히 '조 단위'라는 막대한 규모를 넘어 기업 총수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기부와 지원을 하는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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