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4045억 원 매도…5일 동안 1조 원 팔아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보유 허용범위를 확대한 이후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지속된 매도로 인한 하락장세가 우려로 떠오른 가운데 향후 국민연금의 수급 방향에 시선이 쏠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국내주식 보유 허용범위를 발표한 날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팔자를 취했다.
특히 주식 보유 허용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9일 이후 1000억 원대 규모의 매도를 유지하다가 15일에는 4045억 원까지 매도 규모가 커졌다. 연기금이 하루에 4000억 원 이상을 매도한 것은 지난 1월27일 이후 53거래일 만이다. 이 기간 연기금은 9768억 원을 팔아치워 5일 동안 매도규모는 1조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9일 국내주식 보유 허용범위에 대한 확대를 결정했다. 기존 국내주식 목표비중인 16.8%에서 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허용범위를 현행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1%포인트 확대한 것이다. SAA 허용범위 ±3%를 적용하면서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중 국내주식 투자는 19.8%까지 허용이 가능해졌다.
시장에서는 전과 같은 대규모 매도세가 당분간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연기금 순매도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51거래일 연속 이어진 바 있다. 이후 잠시 매도가 주춤해졌지만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 달 가까이 순매도 행진 중이다. 이 기간 연기금이 매도한 금액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조 원 규모다.
그러나 시장의 전망과는 다르게 국내주식 보유 허용범위가 늘어났음에도 매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기금위 결정이 나온 9일을 비롯해 결정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2일 연기금은 코스피시장에서 1220억 원을 팔았다. 13일과 14일에도 연기금은 각각 1049억 원, 1284억 원을 순매도했다.
4000억 원이상 팔아치운 15일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카카오다. 연기금은 이날 1076억 원 가량의 카카오 주식을 팔았다. 액면분할 첫날 카카오가 전거래일 종가보다 18% 급등하자 매도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도 786억 원어치를 팔고 SK와 롯데케미칼도 각각 311억 원, 223억 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의 매도행렬 지속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국내주식 비중이 예상보다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상승을 거듭하다 15일에는 장중 3200선을 돌파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금위 결정이 내려진 지난 9일 3131.88이던 코스피가 15일에는 장중 3204.48까지 상승했다"며 "시장의 예상보다 국내 주식 허용 범위 이탈 폭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해 1월 국내주식 비중이 21%까지 내려왔지만 아직 19%대 초반까지는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늘어난 허용범위인 1%를 계산하면 대략 8조5000억 원에 이르는데, 이로써 이탈 허용범위가 19.8%까지 늘어났지만 국민연금의 금융 자산 규모는 그대로이며 국내주식 비중도 그대로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연금이 추가매도나 추가매수를 하지 않고 기존 물량의 보유만을 지속해도 주가가 오르면 평가액이 따라 오르기에 늘어난 1%도 금방 채워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관계자는 "국내주식비중 허용범위 상단이 이탈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p를 확대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순매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론이나 투자자들의 불만과 관계없이 매도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급이 매도에 치우치면 주가상승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나,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목적은 연금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증액하는 것인 만큼 시장 유지를 위해 매도를 자제하면 운용수익 실현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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