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옵티머스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적용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로부터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권고안을 받았다. 일반투자자 투자금액 기준 3000억 원 가량의 원금 배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NH증권이 권고안을 받아들일지에 시선이 쏠린다.
7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날 분조위가 옵티머스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판매 계약을 취소하고 NH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안을 결정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 제109조에 의거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에는 의사표시 취소가 가능한 점을 들어 계약 자체를 취소시키는 것이다.
분조위는 옵티머스펀드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만기 6~9개월)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근거로 적용해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또한 일반투자자로서 실제로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했는지 여부까지 살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 등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속여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부실채권에 투자한 사기 사건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편입자산 대부분(98%)이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매가 중단된 금액은 현재까지 5151억 원이며, 이 중 84%인 4327억 원을 NH증권이 판매했다. 이 중 일반투자자의 환매 연기 금액은 3078억 원이다.
NH증권은 '공공기관이 망하지 않는 한 이 상품은 안전하다'고 안내해 펀드를 판매하는 한편 허위·부실 기재된 자료를 그대로 이용해 투자자에게 제공·설명 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NH증권 직원이 알아서 가입처리를 하는 사례 등 불완전 판매에 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NH증권이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락하면 막대한 배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일반투자자 투자금액 기준으로 약 3000억 원 가량 반환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번 조정이 성립되면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서는 분조위 결정 내용에 따라 자율조정이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까지 '연대배상'을 주장해 온 NH증권이 이번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NH증권은 앞서 배상 책임을 함께 지는 '다자배상'을 금감원 측에 제안해 왔다.
금감원은 NH증권 측이 제안한 다자배상안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는 쪽을 택했다.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가 분쟁조정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검찰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고 있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던 환경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철웅 금감원 소비자권익보호부문 부원장보는 "법률관계와 사실관계에 따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NH증권 이사회에서 전액 배상과 관련해 수용을 거부하는 등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사회를 설득할 최선의 방법이 다자배상인 점을 강조해 온 만큼 연대 책임에 대한 입장을 고수할 수 있어서다. 지난 5일 정영채 NH증권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종 결정권은 결국 (제가 아닌) 이사회에서 갖게 돼 있다"며 "이사회를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면 유리할까 판단해 볼 때 다자간 배상을 통해 우리가 먼저 처리하고 이사회를 설득하는 게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NH증권이 조정안 접수 뒤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하게 된다. 조정 성립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39조상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분조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으므로 NH증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액 환불은 불가하다. 따라서 NH증권이 권고안을 수락하지 않을 시 피해 투자자들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한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H증권은 이번 분조위 결론에 따라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빠른 배상이 가능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NH증권 관계자는 "이번 결과에 따른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3000억 원을 배상하는 권고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소송전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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